선생님의 빛과 그림자
선생님의 빛과 그림자
  • 장선일
  • 승인 2016.06.16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68년 이미자씨가 19세의 나이에 그리움과 애달픈 마음을 담아 청순가련한 목소리로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노래를 불러 세상에 알렸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 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19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라는 이 노래를 50세 이상이라면 거의 모두가 가사 없이도 지금도 부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사실 그 당시 섬마을을 비롯한 벽지(僻地)에서 선생님은 가장 많이 배우고 바른 도덕성을 갖추 분으로 존경의 대상이었다. 코 수건을 가슴에 달 철부지 아이들은 선생님이 알려준 지식에다가 한과 그리움 그리고 즐거움을 담은 노래를 배웠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는 물론 어른들까지 존경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선생님의 소중한 가르침에 보답하기 위해서 학부형들은 음식을 비롯한 지역 특산물을 고마운 마음으로 전달하는 것이 그 시절의 정서였다. 또한 “섬마을 노래”와 같이 남자 선생님들은 아가씨들에게 그리고 여자선생님들은 청년들에게 짝사랑의 대상이 되었다. 이렇듯 도서벽지에서 선생님이 주는 이미지는 존경과 더불어 그리움에 대한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산업과 정보가 발달하고 대가족이 깨져 핵가족으로 변하면서 선생님의 이미지도 참으로 많이 변하고 있다. 이를 태면, 요즘 아이들에게 교육적 차원에서 선생님이 꾸지람을 주면, 바로 부모에게 일러바쳐 부모로부터 항의를 받는다. 또한 일부의 학생들은 선생님을 대상으로 막말과 함께 희롱하고 심지어 폭행을 하는 일도 있다. 게다가 약 한 달 전에 있었던 어느 섬마을에서 꿈과 희망을 가지고 갓 부임한 여선생님을 대상으로 학부형 등 3명이 꼬여내어 독주를 억지로 먹이더니 계획한 듯 연이어 성폭행한 사건이 있어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이어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 사건이야말로 글로써 표현하기조차 부끄러운 만인공로할 일이다.

 이처럼 존경의 대상에서 하나의 직업군으로 전락한 선생님의 위상이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생님에 대한 위상은 과거 존경이라는 빛 뒤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추락하고 있다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고민이 한없이 깊어만 가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우울증과 함께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중 선생님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선생님이라는 빛 뒤에 드리워진 암울한 그림자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부와 교육당국은 물론 우리 모두는 머리를 맞대고 가슴속 깊이 우러나오는 진정한 마음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선생님들의 위상을 되찾아 주어야 한다. 그래서 먼저 도서벽지(島嶼僻地)에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의 안전대책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교육당국은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그들의 근무여건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더불어 이번 “섬마을 사건”과 유사한 일이 얼마나 있었는지 교육당국은 철저히 조사하고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둘째, 현행 선생님들의 승진제도를 대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선생님들은 도서벽지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다는 아니겠지만, 상당수의 선생님들은 현행 승진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육당국의 고민도 깊겠지만, 보다 더 사려 깊은 지혜로 교육에 우선을 두고 현행승진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셋째, 철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올바른 교육은 나라를 백년이 아닌 천년 이상의 대계다. 올바른 교육을 이끌 분들이 바로 선생님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안심하고 교육에 정진할 수 있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당국은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번 “섬마을 사건”에서 드러난 안전에 대한 무방비 상태를 방치하지 말고, 철저한 방범 시스템 정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지 말고 바로 추경예산을 확보하여 시급히 수행해주길 바란다.

 넷째, 선생님과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주민의 올바른 문화형성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사실 우리는 예부터 세계 어느 국가보다 선생님을 공경하는 문화유산을 하고 있다. 바로 부모와 선생님을 동일시하고 선생님의 그림자조차 밟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 그러므로 산업화하기 전인 소중한 선생님 공경이라는 문화유산을 되찾을 방안을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에게 사려 깊은 교육을 통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지역도 도서벽지의 열악한 교육시설 및 여건을 철저히 점검하고 드러나는 문제점을 파악해 선생님들이 근무하고 싶은 교육환경과 안전장치 그리고 지원가이드라인을 시급히 마련하길 바란다. 그리고 선생님들을 발령하기 전에 철저히 관련 사항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은 노력을 다해야 한다. 더불어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에게도 일정 시간을 마련하여 선생님들이 안전한 상태에서 안심하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다할 수 있도록 지역교육문화를 조성해야한다.

 장선일<전주대학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