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재난 예방과 기업의 역할
화학재난 예방과 기업의 역할
  • 이남권
  • 승인 2016.06.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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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 지역에는 새만금지역을 중심으로 국내업체뿐 아니라 도레이사, 솔베이사 등 세계적인 화학회사들이 진출하여 산업단지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침체된 시기에 이들 기업들의 생산활동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듯이 화학물질을 제조, 수입, 판매, 보관·저장, 운반 및 사용하는 도내 화학업체들은 많은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고의 위험은 증가될 수밖에 없다. 

 화학업체로부터 야기되는 화학사고는 지정된 장소 밖으로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되어 발생되며 유출사고 발생 시 이들 유해물질이 가지는 인화성, 폭발성, 독성으로 인하여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2012년 구미 불산사고를 경험하였고, 2015년 여름에는 멀지않은 중국 텐진항에서 폭발과 더불어 맹독성 화학물질(시안화물)의 영향으로 수백명이 사망·실종되었다는 뉴스를 접하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화학업체를 통한 지역발전과 더불어 화학사고를 방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을까? 한 기업의 사례가 이러한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 기업은 화약업체로 출발하여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섬유뿐 아니라 농식품, 바이오 및 고기능 소재 등 수 많은 고부가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글로벌 화학업체 듀폰이다. 듀폰은 지난 1802년 설립돼 20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글로벌 장수 기업이고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초기에 듀폰 창업주는 다이너마이트 사업을 벌이면서도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두었다. 안전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화약공장 안에 자신과 가족이 살 집을 지어 몸소 실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1818년 직원 실수로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직원뿐 아니라 자신의 아이, 부인도 크게 다치자 이후 그는 안전교육을 더욱 강화하였고, 피해직원 가족들을 위해 연금제도를 만들었으며, 안전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확대하였다. 이는 주변지역 사회와 직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곧 신뢰로 이어졌다. 

 1811년 최초의 안전규칙이 명문화된 이래 듀폰이 강조하는 핵심가치 4개는 안전보건, 환경보호, 윤리준수, 인간존중이다. 이제 듀폰하면 ‘안전’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떠오르고 위험한 화학산업 분야에서 안전한 기업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듀폰의 안전사고 발생률은 미국 업계 평균의 1/5 수준이다.

 이러한 듀폰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는 첫째, 리더십의 솔선수범이다. 듀폰은 전사차원의 안전관리위원회를 최고경영자 직속기관으로 운영하는 등 전 직원이 안전에 대하여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둘째, 철저한 매뉴얼과 관리시스템의 구축이다. 교육을 통하여 안전의식을 고취함과 동시에 안전규칙 위반은 감봉 및 해고의 사유가 되도록 사내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 셋째, 안전문화의 형성이다. 전 직원이 주체적인 안전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토록 문화를 형성하고 있고, 주변 동료 관찰을 통한 사고예방 프로그램(STOP, Safety Training Observation Program)을 가동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지역 내 소재하는 화학 기업들도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화학사고를 예방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화학재난을 줄이기 위해서는 화학물질의 취급과정에서 그 유출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환경부에서는 관련 법령을 전면 개정하여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고, 새만금지방환경청에서도 우리 지역의 화학사고의 예방, 대응 및 수습을 위하여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사고의 예방은 듀폰의 사례처럼 기업 자체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주는 과감한 설비투자와 함께 안전교육에 힘써야 하고 또한 누출사고에 대한 정보망 구축과 지역별, 물질별, 사고 규모별 대응 시나리오에 의한 체계적인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야 하겠다. 무엇보다 업체의 직원들이 내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업주가 솔선수범하며 안전에 힘쓴다면 적극적으로 화학사고를 방지할 수 있고 또한 이는 도내 화학기업들의 지속적인 발전과 더불어 지역발전으로 연결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화학재난예방에 대한 화학업체들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 드린다.

 이남권 / 새만금지방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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