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의 진단과 대책
한국병의 진단과 대책
  • 이한교
  • 승인 2016.06.12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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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분야에 오랫동안 관심을 두다 보면 그 흐름에 대하여 식견이 생긴다.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나름 기준이 생기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의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시스템이 부족하다. 오히려 그 자체가 터부시 되면서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 비전문가의 의견이라는 이유로 묵살 되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것이다. 필자는 이게 바로 한국병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병이 점점 깊어지면 언젠가는 치유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 무서운 병을 치료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려면,

  첫째, 능력 위주의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능력보다 줄(배경)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공기관장을 뽑는데도 능력이나 됨됨이 보다는 낙하산 인사로 발령을 내다보니 공직사회가 무기력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관의 발전은 더디고 창조적이지 못하며, 일관성 없이 발령자의 철학에 따라 우왕좌왕하다 임기를 마친다는 것이다. 여기다 재임을 받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그 책임은 남아 있는 사람들이 뒤에 처리하려다 보니 서울 지하철의 스크린도어 사건 같은 비슷한 일이 계속 터지게 되는 것이다.

 둘째, 우리 사회엔 진정한 리더가 나타나야 한다. 리더란 모름지기 손해를 봐야 하는데 손해를 용납하지 않는 보스의 마인드로 일방적인 명령만을 강요하려 한다. 이 결과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나 법을 집행하는 법조인까지 비리에 연루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 진정한 리더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정부의 결정을 신뢰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지난 2008년도 자료에 의하면 전국 14개 공항 중 11개가 적자다. 그런데도 당시 지역 리더가 신공항을 신설했거나 추진하다가 공사를 중단했다. 이 엄청난 손실에 대하여 누군가 책임을 졌다면 지금처럼 가덕도와 밀양이 서로 물고 뜯는 일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셋째, 비전문가를 무시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전문가 집단이 이끄는 교육과 청년 실업 문제가 지지부진 제자리를 맴도는 이유는 한가지다. 비전문가의 의견을 과감하게 수렴하지 않는 데 있다고 본다. 이를 칸막이 행정이라고 부른다. 한때는 고급인력이 필요하다며 대학진학률을 90% 가까이 끌어 놓더니 이제는 인문계 대학을 이공계로 전환한다면서 예산을 퍼붓고 있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사이 젊은이들은 어른을 신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비전문가가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교육정책과 청년실업 문제다. 비전문가인 국민은 그 문제점을 뻔히 보고 있는데 전문가는 새로운 것에만 반응하고 집착하는 병에 걸려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거짓이 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리더와 특권층은 잘못을 뉘우치기보단 나쁜 수단을 부리더라도 진실을 외면하거나 안면 몰수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지금 롯데그룹의 사건이 그렇다.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돈과 권력의 힘으로 무마하면 되고,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살아진다고 믿고 있다. 공인인 연예인조차 음주운전과 불법도박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몇 개월 지나 다시 출연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복합적으로 심한 병을 앓고 있다. 겉모습은 화려하고 활기찬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필자는 이를 비전문가 입장에서 판단해 보았다. 이는 간단하게 고쳐질 병이 아니다. 반드시 리더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희생하며 과감하게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는 절대 치료되지 않는다. 병이란 반드시 치료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이대로 가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 경제 능력이 계속된 거라고 보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하루빨리 원인을 분석해 치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장 밖 관중석에 앉아 있는 선수가 아닌 비전문가의 식견(여론)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관중이 없는 텅 빈 경기장에서 선수들만 뛰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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