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국악원 창극단 기획공연의 개운치 않은 뒷맛
도립국악원 창극단 기획공연의 개운치 않은 뒷맛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6.06.1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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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창은 하늘이 낳는다고 했다. 지난 9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2016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 기획공연 ‘천출(天出) 명인명창’. 조통달, 김무길, 김일구, 송순섭, 국수호, 김덕수, 정화영까지 귀한 명인과 명창들이 릴레이로 꾸민 무대는 그 말의 뜻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 준 자리였다.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명인·명창·명무의 무대가 이어진 만큼 객석의 열기도 뜨거웠다. 조통달 명창의 소리에서부터 마지막 김덕수 명인과 한울림예술단의 사물놀이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 무대를 향한 박수갈채도 점점 커져만 갔다. 여기에 최동현 군산대 교수의 친절한 해설까지 덧붙여지니 그야말로 우리 소리, 우리 음악의 진면목을 일깨운 시간이 됐다.

 내로라하는 명인과 명창들의 엑기스만을 뽑아 선보인 공연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공연을 앞둔 티켓 오픈 당시에도 인터넷 예매가 10분 54초 만에 마감됐다고 했다. 이번 공연의 인기가 실로 뜨거웠음을 짐작하고도 남을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후 텅 빈 무대를 바라보는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사실상 이번 공연의 기획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기획공연’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지만, 창극단의 단원들이 무대에 선 시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마저도 남자 단원들의 입체창으로 꾸며져 단원들은 일제히 무대에 올랐을 뿐. 두 시간 여 이어진 공연에서 선보인 총 7개의 프로그램 중에서 겨우 1개 뿐. 단원들의 무대는 그저 선생님들의 무대 전환을 위한 틈새를 메우는 역할 정도로만 비춰졌을 뿐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간단한 형식, 기획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어색한 공연들이 국악원 내에서 너무 지나치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관현악단은 정기공연으로 명인과 명창을 초대한 무대를 꾸몄고, 무용단은 기획공연으로 초청 명인·명무전을 올린 바 있다. 사실상 지난 관현악단의 정기공연과 이번 창극단의 기획공연에서 다른 점이라고는 관현악단의 협연이 빠졌다는 점에 불과하다. 어느 것이 각 단의 특성을 살린 기획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전북도립국악원이 3차례의 공모 끝에 조통달 명창을 창극단장으로 낙점한 지도 벌써 8개월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단장의 기획력을 엿볼 수 있는 무대는 아직 단 한 번도 만나보질 못했다는 것이 지역문화계의 쓴소리다. 누구의 말마따나 귀한 명인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만나기도 힘든데 한꺼번에 만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도 단장의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 소요된 예산은 5,000만 원. 도내 민간 예술단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매번 창작물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결코 적은 예산이 아니다. 민간 예술단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 있는 만큼, 쉽게 갈 수 있는 기획만을 쫓기보다는 지역문화예술계를 리드할만한 창의적이고 튼실한 기획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전라북도립국악원이기 때문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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