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신인 안무가전>을 통해 바라본 지역 무용계의 오늘과 지금
<전국 신인 안무가전>을 통해 바라본 지역 무용계의 오늘과 지금
  • 강명선
  • 승인 2016.06.07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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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진 안무가들뿐만 아니라 흐름에 묻어가는 안무가들이 ‘현재’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하지만 창의적인 작품을 끌어내는 안무가들에게 있어 ‘현재’라는 의미는 이 시대를 끊임없이 지나가는 유동적인 시간의 개념이며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아가기 버거울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무섭기 만한 ‘지금 그리고 여기’를 내포하고 있는 현실은 새롭고 다양한 매체의 발달과 영역확장 등으로 인하여 모든 예술이 해체되고 있고 특히 ‘순수예술의 위기, 순수예술의 복원’과도 같은 논쟁거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작금의 현상에서 신진예술가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점점 더 어렵겠지만, 어디로 가야할 것인지 그리고 그들이 안무가로서 가지고 있어야할 미덕과 춤의 뿌리, 정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해보다 경연해 참가하는 인원과 수준은 전체적으로 높아졌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장르의 경계가 심각하게 무너지면서 자신만의 향기를 드러낼 수 있는 춤에 대한 정체성과 전체적인 작품의 흐름에 있어서 독창성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이번 <전국 신인 안무가전>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적인 흐름이자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춤에 뿌리를 두고 창의적인 움직임을 끌어내야 하는 한국무용이 현대무용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장르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고 가장 다양하고 창의적인 작품을 그려낼 수 있는 현대무용조차도 독창적이거나 혹은 실험적이거나 아니면 아름다운 선을 그려내며 서정적인 감성을 끌어내는 작품 역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신진안무가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히 외향적인 동작의 연결보다는 얼마만큼 창의적인 주제를 무대 위에 펼쳐놓고 단어(동작) 하나하나를 모아서 하나의 문장(스토리)으로 만들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하여 이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요즘 신진 안무가들이 선배 안무가들과 확연하게 다른 것은, 다름 아닌 무대를 대하는 자세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선배 안무가들은 무대 위에서 무용수와 무대미술의 다양한 변형, 작품에 맞는 무대의상과 무용수로서의 끊임없는 관리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성장해 왔다. 하지만 신진들이 무대를 대하는 모습들은 한 두 작품 외에는 너무도 안일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무용계의 잘못된 교육방향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스승의 춤에 뿌리의 근간을 두고 자기의 작품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스스로 탄생되는 안무가들은 없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지역 무용계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예술가로서 춤의 뿌리를 만들어 가는 가장 예민한 시기인 학생들을 지도자들이 작품을 맡기는 괴이한 현상들이 발생하면서 무용에 입문한 학생들에게 치명적인 혼란과 그릇된 정신을 심어주고 있다. 얼마나 위험한 발상들인가! 이렇게 어이없는 행태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저지르고 있는 일부 지도자들에게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이렇게 그릇된 과정과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묵인하는 일부 지도자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전북 무용계의 무질서한 생태계 안에서 파생되는 문제점들이 이제 조금씩 현실에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그런 현상들로 인하여 중앙의 유행과 흐름만을 쫓아가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점점 더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해가고 있는 무용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전북 무용계의 모습은 어쩌면 지역의 일부 그릇된 지도자들의 모습이자 심하게 왜곡되고 있는 지역 무용계의 거울일 수 있다.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전북 무용계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새로운 대안들을 내놓아도 힘든 상황에서조차도 지금도 화합하지 못하고 논쟁하고 있는 현장의 모습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 글=강명선(무용평론가, 강명선현대무용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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