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전통과 ICT의 동행
슬로시티, 전통과 ICT의 동행
  • 이신후
  • 승인 2016.06.0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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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도는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병풍으로 두르고 드넓은 평야를 끌어안은, 물 좋고 그보다 인심이 더 좋은 14개의 시군이 둘러앉아 어깨를 감싸고 있다. 우후죽순 올라서는 건물들 틈바구니에서 쉼을 찾고 싶다면 지평선을 보유한 전북이 제격이다. 그런 면에서 전북도는 여전히 여백의 미를 가지는 아름다운 지역임이 틀림없다.

 얼마 전 5년 만에 전주시가 국제슬로시티 재인증에 성공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 전주는 대표적인 한국의 슬로시티로서, 느림의 미학을 가진 지역이라 할 수 있다. 현재 1,000만 관객 시대를 목전에 둔 전통전주한옥마을은 국내 도시 재생사업의 모범 지역으로 꼽힌다. 이렇듯 문화의 힘은 이미 지나버린 과거이면서도 여전한 힘을 과시하는 괴력을 선보인다. 맞닿은 기와들 사이로, 젊은이들이 한복을 입고 태조로를 서성이는 풍경이 익숙할 정도이다.

 한옥마을의 경우, 이미 먹거리장 한복옷장 등 장의 문화가 자리를 잡은 듯하다. 전통에 잔뼈가 굵은 전주야말로 먹거리와 다양한 볼거리 등 오감을 유혹하는 전통문화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한옥마을과 재래시장 등의 활성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통이 가지는 힘, 그리고 바로 전북이 가지는 본연의 동력이자, 내부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전주를 넘어 전북은 여전히 전통의 맥이 펄떡펄떡 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의 메카로 새롭게 떠오르는 전주를 교두보로 삼아 전북도의 재래산업을 보존하며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중차대한 업무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내 지역만이 아닌 각 지역 공동체들이 힘을 모아 전북도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때이다. 전북도의 14개 시군을 대표하는 1콘텐츠의 개발은 문화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미래 산업을 접목하는 일로서, 전통문화가치와 미래콘텐츠산업의 가치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동행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년 우리 진흥원 사업의 일환이었던 익산미륵사지 석탑의 경우, 문화재로 보존되기만 하던 우리 유무형자산을 VR이라는 첨단 기술을 도입하면서 실물처럼 볼 수 있다는 강점을 여실히 보여준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지역 간의 네트워킹을 복원하고, 그 지역이 지닌 역사성을 기록하는 동시에 전북도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작업으로서 사회경제의 활성화면에서도 힘써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속도가 느릴수록 더 많이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차보다는 자전거가, 그보다는 도보하며 들여다보는 풍경은 더 선명하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는 이렇듯 천천히, 그리고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지역문화사업은 유유히 흐르는 시간을 경유하며 숨어 있는 가치를 찾아 혼을 불어넣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의 행보 역시 땅속에 매장되어 있는 문화유산을 다치지 않게 지상으로 불러올려 석화된 전통과 문화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일이었다.

 우리네 문화산업은 단지 과거의 시스템을 복원시키는 것만이 아닌 전통의 그 위에 ICT라는 새로운 상상을 덧칠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 사업의 확산은 사람들의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며, 지역도민이 향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문화의 바다로 인도할 것이다. 지역도민이 재래(在來)하는 문화 속에서 유영할 때, 진정한 행복을 영위한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자연의 상생과 더불어 전통과 가치를 보존하고 지키는 일은 문화의 조금은 느린 걸음과 ICT의 조금은 빠른 걸음이 동행하기 위해 서로 보조를 맞추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와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우리네 길은 외형의 삶의 질보다, 마음의 삶의 질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한다.

 이신후<(재)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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