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해소되었을 때 대체수자원 관리방안 마련의 적기
가뭄 해소되었을 때 대체수자원 관리방안 마련의 적기
  • 김현수
  • 승인 2016.05.31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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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곤 한다. 망각은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망각을 모르는 인생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니체는 망각을 여러 모순과 대립과 같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밀어냄으로써 정신적 안정을 찾게 하는 인간 본성의 자연적이고 능동적인 저지장치로 이해한 바 있다. 과거에 있었던 가족과의 사별, 사고나 실패의 고통 등이 시간이 지나도 항상 또렷하게 머릿속에 머물러 있는 삶이 안정적일 수 없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망각은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살아남고자 스스로 발전시켜온 방어적 뇌 기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기술한 바와 같이 망각은 특정한 상황에서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개인의 삶에 망각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딛고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망각으로 인해 자신, 주변인 또는 사회 전체적인 재앙을 초래될 수 있다면 이는 더 이상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유사한 재난적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목도해왔다. 반복되는 대규모 구조물의 붕괴사고나 몇 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항공사고 등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철저한 방지대책의 마련을 외치지만,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사고의 발생과 그 심각성에 대해 망각하면서 재난발생 직후 생각했던 대비책의 마련이 흐지부지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년 1년간 우리는 다시 기억하기 싫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수십 년에 한번 나타날 정도로 혹독한 가뭄으로 인해 도내 각 저수지의 담수율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상황을 속절없이 바라보며, 올해 봄 농사와 급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용담호와 옥정호 등 도내의 주요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으며, 실제로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제한급수를 시행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급박해져가는 수자원 고갈 위기를 겪으면서 모든 언론매체,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는 향후 있을 수 있는 위기 극복을 위해 대체수자원 확보를 포함한 여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도하거나 실제로 정책을 수립할 것 같은 자세를 보였다.

 다행히도, 지난겨울과 올해 초봄에 예년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려 대부분의 저수지는 용수공급에 차질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양의 물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날씨의 도움으로 어려운 위기를 넘긴 것은 하늘에 감사할 일이지만, 어려움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그리 달갑지 않은 시점에 망각이라는 기능이 우리 뇌에서 활발하게 작용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물부족으로 발을 동동 구르던 게 불과 6개월 전인데 최근에는 물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에 유사한 어려움이 다시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체수자원의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는 아예 사라져버린 듯하고, 대부분의 언론도 도내 저수율이 증가하여 여름 가뭄 걱정이 없다는 보도만을 내보내고 있다.

 작년과 유사한 또는 더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대체 수자원을 파악하고 이를 관리하는 노력은 진작부터 이루어져야 했지만, 우리는 큰 어려움을 겪고도 잠시 안정을 되찾았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조차 잊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여러 선진국은 대체수자원으로서 지하수 관리에 오랜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 국민의 30% 이상이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서유럽의 많은 국가들도 땅속에 존재하는 지하수의 가용 수량과 수질을 전국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지표화하여 비상시 물 수급 전략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왔다.

 이미 혹독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은 우리가, 상황이 안정되었다고 이를 잊는 것은 절대로 범해서는 안 되는 실수이다. 재난적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누구나 꿈꾸겠지만, 불행히도 현재 전 지구적 기후변화 양상은 원치 않는 여러 자연재해의 발생 가능성을 점차 높이고 있다. 국가의 사회적 및 경제적 이슈에 있어서 망각은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했을 때 그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대비를 한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자유이다. 상황이 괜찮을 때 필요한 대비를 마치고 망각의 자유를 누리는 정책적 자세를 모든 위정자들이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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