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대한 단상
가정의 달에 대한 단상
  • 심형수
  • 승인 2016.05.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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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10일 어버이날, 21일 부부의 날 등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 계기를 마련해 나가자는 의미에서 가정의 달을 정하였다고 본다. 요즈음과 같은 세태에서 가정의 달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라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럴수록 가정의 달이 더욱 필요한 것 아닐까? 한 때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핵가족화가 가속화 되었으나 요즈음엔 취업난, 전세난 등 때문에 생겨난 캥거루족, 리터루족과 이혼 및 이에 따른 조손가정의 증가 등 핵가족 제도가 붕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나 가정의 중요성이 새롭게 강조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최소의 사회구성 집단으로서 가정이라는 단어와는 의미 구분없이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구태여 따져 본다면 가족은 구성원, 가정은 공간성을 강조한 개념이라고나 할까? 정확한 개념규정보다는 기본적으로 구성원간 핏줄을 바탕으로 애정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영어의 가족(Family)이라는 단어가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두문자어(acronym)라는 이야기가 결코 헛되이 들리지 않는다. 또한 영어의 가정, 즉 home이라는 단어는 명사, 형용사, 부사, 동사 등으로 사용되는 단어로서 가정이란 복잡하고 피곤한 현대사회에서 지친 마음을 치유해 주는 만병통치약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가정에서 언제나 그러한 사랑과 배려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별도의 가정의 달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 하였듯이 요즈음과 같은 세태에서는 제대로 된 가정의 모습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듯하다. 따라서 가정 관련 행사일을 세태에 맞게 조정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5월 5일 어린이날은 일제 강점기에 소파 방정환 선생께서 조국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이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제정하였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요즈음처럼 아이들 중심으로 과보호가 문제시되고 있는 가정에서는 5월 5일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이 힘겹게 사는 삶을 겪어보고 느껴보는 날로 치러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형편이 어렵거나 학대받는 아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어린이의 인권이나 복지 향상을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노력이 가정의 달을 맞아 강조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노인들이 육아를 담당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여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육아비용이 만만치 않고 맞벌이 부부의 아이 키우는 여건이 쉽지 않아 우리 사회는 OECD국가 중 최저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노인들의 수명연장과 베이비부머세대들의 퇴직과 맞물려 신형 대가족 형태가 나타남으로써 조부모의 육아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노인들이 손주들의 양육을 기피하는 이기적 노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기적 자녀의 배출 및 세대간의 간극 확대 등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으므로 조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격대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와 함께 육아를 담당하는 노인들에 대한 복지 증진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격대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몇몇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부모는 부모와는 달리 한 세대를 건너뛰어 있어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어 조부모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인간관계나 사회적응성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이다. 전문용어로 회복탄력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성취욕과 자존감이 강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인 데 실제 주위를 둘러보아도 조부모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아이들이 인사성도 밝고 지적능력의 발달상태도 양호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역할 강화측면에서도 조부모의 손자 돌보기를 장려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물론 장려금 지원이나 각종 시설 입장 및 공연 등에서 조손고객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의 조치도 고려해 봄직 하다. 그러한 맥락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조부모의 날을 신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북도가 지난 2014년도 10월에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할배·할매의 날로 정하고 이를 선포한 적이 있으며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세계 14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조부모의 날을 제정 운영해 오고 있다 한다.

 심형수<전라북도 서울장학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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