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뒤안’
5월의 ‘뒤안’
  • 강현직
  • 승인 2016.05.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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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녹음이 짙어지는 5월은 만개한 꽃들로 향기가 넘친다. 연구원에도 한 그루의 나무에 각기 다른 색깔의 꽃이 피는 참으로 아름다운 장미가 있다. 각양각색의 장미들이 자태를 뽐내며 멋진 조화를 이룬다. 또 5월엔 의미 있는 날들이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모두 감사의 마음이 넘치는, 그래서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하고 우리에게 더욱 정겹게 다가오는지 모른다.

일 야외로 나가면 즐겁고 활력이 넘치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모두가 사랑스럽고 행복한 표정에 생기가 흐른다. 그러나 마냥 즐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왠지 쓸쓸한, 표정이 그늘진 이들이 있다. 점차 늘어나는 ‘나 홀로 가구’이다. 1995년 전국에 164만여 가구였던 1인 가구가 2005년 310만여 가구를 넘어 이젠 500만 시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가구의 비중도 1990년 9%에 불과하던 것이 2010년에는 23.9%로 증가했으며 2035년에는 31.3%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혼 청년층과 장년층, 이혼 증가에 따른 중·장년층 1인 가구, 고령화에 따른 ‘나 홀로 가구’ 등 이들을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싱글(Single)’과 ‘솔로(Solo)’의 이니셜인 ‘S’에 세대를 결합해 소위 ‘S-Generation’으로 통칭하고 있다. 한 범주로 간주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S세대’는 사회 모습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소형 가전제품이 다시 인기를 끌고 ‘1인 식탁’을 갖춘 식당이 늘어나며 셀프 빨래방과 대형 할인점 미니코너, 편의점 도시락 매출 증가, 주택시장에는 1인용 오피스텔과 원룸형 아파트가 등장한 지 오래이며 공동체형 주택까지 선보이고 있다.

혼자 밥 먹는 사람, 혼자 술 마시는 사람. ‘혼밥족’ ‘혼술족’에 ‘싱글슈머(싱글과 컨슈머의 결합어)’까지 신조어도 쏟아지고 있다. 1인 가구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위 ‘골드 미스·미스터족’, 혼자 사는 것 자체를 즐기는 ‘네오싱글(Neo-single)족’도 있지만 대학생, 취업준비생, 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소득 없는 고령층 등 많은 가구가 중간층 이하다.

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가 다인가구에 비해 빈곤 수준이 높고 주거 환경이 열악하며 노후 소득의 불안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1인가구 중년층은 우울증이 심하고 건강상태가 낮으며 청년층은 술과 담배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는 ‘고독사’의 증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독사는 비단 고령층뿐 아니라 경기 침체와 실직, 가족 해체, 개인주의, 익명성 등 인간관계의 단절에서 기인한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전북 1인 가구도 2015년 21만3천여가구에서 2020년 24만5천가구, 2030년 29만4천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015년 8만7천가구로 전체 1인 가구의 40여%를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1인 가구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사회가 변화해 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1인 가구를 보는 시각이 아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지원체계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제는 1인 가구의 증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1인가구간 연대를 모색한 공동체와 네트워크의 형성, 다른 사람을 좀 더 배려하고 도와주려는 인식, 사회적 통합과 근본적인 가족 관계의 회복, 정부에서는 장기적으로 인구와 가구구조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부합하는 복지와 주택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계절의 여왕’ 5월이 다 가기 전에 되돌아본 ‘가정의 달’의 뒤안이다.

강현직<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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