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먹이 아래 물고기가 모여든다
향기로운 먹이 아래 물고기가 모여든다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6.05.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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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역사상 흥선대원군 이하응만큼 후대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둘째 아들인 명복(命福)을 왕위에 앉히고 대리청정으로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태산을 밀어 평지로 만들고자 한다’ 며 60여년이나 지속돼왔던 안동김씨 세력을 축출했다.

양반세도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자가 다시 살아난다 해도 용서하지 못한다’ 라는 신념으로 비리의 온상인 서원을 철폐하고 호포제를 실시해 양반의 면세 특권을 폐지하는 등 세도정치로 피폐해진 나라를 바로 세운 개혁의 정치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쇄국정치로 조선이 근대화로 가는 길을 막아 결국 일본에게 나라가 망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로 인해 대원군의 이 같은 업적이 가려져 정권을 잡지 말았어야할 최악의 정치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비춰볼 때 현재의 전주시 행정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어 新쇄국주의로 치닫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물론 1천년의 찬란한 역사를 간직한 전통과 문화의 도시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사실이며 그 가치를 엄격하게 유지하고 보전해야한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전주시가 표면적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외지자본에 공격적인 태도로 국수주의적 경향을 띠면서 기업들이 진출하기 가장 꺼려하는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 입점을 지나치게 규제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물론 골목골목마다 SSM이 생겨나면서 언제부턴가 구멍가게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대형마트입점과 대기업의 쇼핑몰 설치에 지나치게 부정적인 행정으로 일관하면서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소상공인들인 소규모 슈퍼만 죽이게 된 것이다.

시민들도 제대로 된 쇼핑시설을 찾아 원정쇼핑에 나서면서 막대한 지역자금이 유출되고 있으며 부여에 있는 대형 아울렛 손님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북사람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다.

결국 명문도 찾지 못하고 막대한 지역자금 유출과 시민불편같은 부작용만 초래하게 됐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체가 모호한 소상공인 보호만 외치고 있다.

현재도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과 공무원 ,가족 등의 민원 사항중에 혁신도시에 대형마트를 허가해 달라는 민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국 혁신도시 가운데 전라북도만 유일하게 허가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 3만명을 계획하고 조성되고 있는 전주 에코시티에도 도시계획 수립 당시 대형 판매시설 부지가 설계돼 있지만 대형마트입점에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이어서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이곳에 또 다시 SSM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전주시가 그토록 보호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죽이는 결과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북은 물론 전남과 제주까지 아울렀던 호남 제1의도시 전주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문에서 광주에 밀려 호남의 변방으로 전락하게 된 배경에 과거 상무대 설립을 전주에서 반대해 광주로 옮겨간 사건이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탄소도시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후한서에 ‘방이지하 필유현어(芳餌之下 必有懸魚)’라는 말이 나온다.

향기로운 먹이 아래 물고기가 모여든다는 내용이다.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고 억지로 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1천년 고도의 도시 이미지를 그대로 보존, 발전시키고 지역경제도 살려 전주가 제2의 전성기를 맞기 위해서는 보존과 개발이라는 양면의 칼을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적절히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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