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불안한 현실에 꿈을 잃다
청년층, 불안한 현실에 꿈을 잃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6.05.24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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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2030세대, 그들의 분노와 희망 <2>
▲ 24일 오후 3시 전주의 한 도서관 20대 중반의 이모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도서관을 찾아 취업준비에 여념없다. 책장을 가득 메운 책들이 높디 높은 취업 장벽처럼 짓누르고 있다. 사진=김얼 기자

 순창군의 20대 전반(20~24세) 인구는 약 1천400명 정도다. 이들은 지난 19대 총선 때만 해도 3명 중 1명 정도(34.6%)만 투표에 참여했다. 그런데 올해 4월의 20대 총선에서는 무려 59.3%, 10명 중 6명이 투표장을 찾았다. 무엇이 이들을 투표소로 달려가 ‘분노의 한 표’를 던지게 했는가?

 전북의 20대는 취업난에 휘청이고, 30대는 불안한 직장과 내 집 마련·보육 문제의 3중고에 허리가 휜다. 2030세대의 20대 총선 투표율이 ‘놀라운’ 수치를 보인 것은, 이런 절망적 현실과 무관치 않다. 전북도의회 강영수 환경복지위원장은 “야권의 선거전략이 젊은 층에 방점을 찍은 이유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미취업의 막막한 현실에 미래마저 불투명하다고 느끼는 젊은이의 불안감이 커진 것이 주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8%를 기록,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전북만 따지면 올 1·4분기 중 청년실업률이 12.0%를 달려, 99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꼭짓점을 찍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일자리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인 데 전북 정치권은 기득권 논리에 빠져 그들만의 리그에 몰두, 청년층이 투표장으로 우르르 몰려갔다는 분석이다.

 청춘의 분노는 절망적인 현실에서 분출한다. 전북도가 최근 발표한 ‘2015년 전북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의 20대 중 절반 이상(55.0%)이, 30대는 10명 중 4명(42.1%)이 여러 이유로 아침 식사를 못 하고 있다. 통계청 승인을 받은 이 보고서는 전북을 250개로 조사구로 나누어 5천 가구를 표본으로 하는 광대한 자료다. 그만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고, 전북의 연령별 의식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통계로 평가된다.

 이에 따르면 청년들이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못 하는 비율도 20대 63.6%, 30대 62.4%에 달했다. 전북의 2030세대 2명 중 1명가량은 끼니를 거르고 3명 중 2명 정도는 운동도 하지 않는 채 도서관 책상에 앉아 취업과의 전쟁을 치르거나(20대) 박봉에 유아 문제와 내 집 마련의 무거운 짐을 지는(30대) 모습이 오늘날 전북 2030세대의 자화상이다.

 20대의 74.3%는 스스로 빈곤층이거나 서민이라고 생각하고, 30대로 올라가면 그 비율이 78.5%로 올라간다. 돈과 시간에 쫓기다 보니 여가활동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게 전북의 2030세대다. 도내 20대의 절반가량(44.7%)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여가를 즐길 수 없고, 30대는 시간이 부족(47.7%)해서 여유를 즐기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정치권에 화난 ‘앵그리 영맨’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 줄 것을 강변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20대 후반의 K씨는 “전북정치를 3당 체제로 변화시킨 것은 꿈과 미래를 잃은 지방의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할 것이란 경고음”이라며 “2030세대를 위한 별도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성환 전북도의원(전주 3)은 “총선을 계기로 정치적 파괴력을 실감한 청년들의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유치와 취업정보 제공과 상담, 인력양성 강화 등에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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