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투표반란, 전북정치 지각 변동
2030세대 투표반란, 전북정치 지각 변동
  • 서울=전형남 기자
  • 승인 2016.05.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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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2030세대, 그들의 분노와 희망 <1>
▲ 20대 총선에서 20~24세의 투표율이 51.0%를 기록 전북의 2030세대의 투표율 폭증은 기존 정치권의 불신과 불만을 그대로 반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상기기자

 20대 총선에서 터져 나온 전북정치의 지각 대변동엔 2030세대의 투표반란이 있었다. 진보적 성향의 젊은이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와 정치를 심판하자는 ‘집단적 분노 표출’이 초유의 3당 체제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과거 이합집산의 정치적 행태에 극단적인 혐오증을 보였던 전북의 2030세대는 정치 무관심으로 일관, 투표율이 극히 낮았다. 4년 전인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전북의 20대는 37.6%의 투표율에 만족, 청년 3명 중 1명가량만 투표장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대 총선은 달랐다. 처음 투표지를 손에 쥔 19세는 물론 20대와 30대에서 모두 투표율 50%를 웃도는 ‘기록적인 현상’을 나타냈고, 취업난과 내 집 마련의 어려움에 눈물을 흘렸던 청년층이 투표를 통해 정치 참여의 반란을 도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북도민일보가 전북선관위에 의뢰, 20대 총선의 연령대별 일부 지역 투표율을 분석한 결과 5개 시·군에서 모두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19대보다 적게는 10%포인트에서 최고 30%포인트까지 껑충 뛴 것으로 분석됐다.

 완주군의 경우 20대 전반(20~24세)의 투표율이 40.0%(19대)에서 53.6%로 급격히 치솟았고, 20대 후반(25~29세)도 32.0%에서 50.5%로, 무려 17%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4년 전 35.8%에 그쳤던 완주지역 35~39세 투표율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2배에 가까운 65.3%까지 고공행진했다. 전북의 20대와 30대 투표율이 50% 이상, 일부 지역에선 60%를 넘어선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반면에 정읍시의 50대 투표율은 19대 때 72.2%에서 20대 68.2%로 후퇴했고, 60세 이상 노년층은 75.1%에서 70.7%까지 뚝 떨어지는 역전 현상을 보였다.

 청년실업과 N포세대로 불리는 전북의 2030세대가 적극적인 투표에 참여하면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정치 삼국지 판도를 만들어냈고, 경쟁과 협력이란 중요한 과제를 던져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과 얘기하다 보면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현실에 분노를 느끼는 분위기가 심각하다”며 “30대는 내 집 마련의 고통, 전세 실종과 월세 난민 어려움 등이 작용해 정치 불신을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이의 투표혁명은 사전투표부터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야 3당이 젊은 층의 투표 독려에 적극 나선 데다, 폭발한 분노가 어느 곳에서나 쉽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사전투표에서 점화했다는 말이다. 전북도의회 김영배 의장은 “평일에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전북의 20대와 30대가 투표에 적극 나선 것으로 안다”며 “정치에 대한 심판 의지가 어느 곳에서나 투표 가능한 사전투표를 통해 분출됐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전북도민일보가 10명의 총선 당선자를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간접적 확인이 가능했다. 20대 총선에 사전투표가 처음 도입됐고, “총선 결과에 대한 사전투표의 영향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9명 모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에 응답했다. 더민주 소속의 이춘석 의원(익산갑)만 “잘 모르겠다”에 체크했고,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본다”는 답변은 없었다.

 30대 후반의 직장인 K씨(37)는 “젊은이의 고뇌와 좌절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공천 아귀다툼 등 제 살기에 바쁜 정치권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주변인들의 분노가 2030세대의 투표율을 확 끌어올렸다”며 “20대 국회는 지방의 청년세대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전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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