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邪道) 변론 근절되어야
사도(邪道) 변론 근절되어야
  • 유길종
  • 승인 2016.05.22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부장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가 화장품회사 오너로부터 형사사건 수임료로 50억 원을 받은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그 변호사는 다른 형사사건에서도 수임료로 50억 원을 받았다고 한다. 딴 나라 이야기 같다. 무죄를 다투는 사건도 아니고 단순히 형을 줄이자는 사건이다. 무슨 일을 얼마나 해준다고 수임료로 50억 원을 받는다는 말인가. 화장품회사 오너가 아무리 돈이 많기로서니 변호사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선뜻 50억 원이라는 돈을 주었을 리 만무하고, 변호사가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그럴듯하지 않았다면 그 돈을 주었을 리 만무하다. 온갖 과장과 사기, 강박이 난무했을 것이다. 온갖 감언이설로 판검사를 팔고 결과를 장담했을 것이다. 브로커가 그렇게 했다면 그러려니 하겠다. 명색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그랬다니 남들 보기 민망하고 후배들 보기 부끄럽다.

 변호사가 수임하는 사건들은 각 사건마다 내용이 다르고 의뢰인의 경제적 능력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변호사 보수를 획일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변호사보수를 정함에 있어서도 상식이 있고 원칙이 있는 것이다. 변호사윤리장전 제31조 제1항은 “변호사는 직무의 공공성과 전문성에 비추어 부당하게 과다한 보수를 약정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변호사의 보수는 사건의 난이도와 소요되는 노력의 정도와 시간, 변호사의 경험과 능력, 의뢰인이 얻게 되는 이익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모 변호사가 받은 50억 원은 사건의 난이도, 소요되는 노력의 정도와 시간, 변호사의 경험과 능력에 비추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액수이고, 의뢰인의 처지를 생각해 보아도 상식 밖의 액수이다.

 전직 부장판사가 최소한의 품위도 윤리의식도 없이 탐욕의 화신이 된 꼴을 보노라니 민망하고 부끄럽다.

 #2 많은 국민들은 최모 변호사가 50억 원을 받은 것은 전관예우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법원이 아무리 전관예우는 실체가 없는 오해라고 강변하여도, 국민들은 전관 변호사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은 무언가 예우를 받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보기에 이제는 일반 국민들이 의심하는 그런 정도의 전관예우, 즉 전관이 선임되면 구속될 사람도 불구속으로 되고, 실형을 면치 못할 사람도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죄가 무죄로 되는 식으로 사건의 결론이 뒤집히는 전관예우는 없다. 다만, 전관이 아니고 친분이 없는 변호사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개별적 접근을 전관이나 친분이 있는 변호사들에게만 허용하는 그런 전관예우나 친분예우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보통의 변호사들은 법정 외에서 개별적으로 판사에게 접근하는 것을 시도하지 못하는데, 전관이나 친분이 있는 변호사들 중 일부는 그런 접근을 시도하고 판사들은 이를 거절하지 못하는 현상이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번 최모 변호사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판사들로서는 인간적인 정리상 전관이나 자기와 친분이 있는 변호사들이 면담을 요청하거나 전화로 사건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박절하게 끊기 어려울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의중을 불연중 내비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판사는 친분이나 전관 관계가 사건의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이들의 접근을 허용하고 말을 들어주는 것인데, 일부 몰지각한 변호사는 이를 최대한 이용하여 사건을 수임하고 재판부의 의중을 탐색하여 당사자로부터 거액을 뜯어내는 재료로 삼는 것이다. 일부에게만 접근을 허용하고 말을 들어주는 것 자체로 이미 불공정한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고, 이것을 이용하여 온갖 사술을 부리는 변호사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이런 모습도 이제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친분이나 전관 관계를 이용한 사도(邪道) 변론이 근절되고, 실력 있는 변호사, 정도(正道)를 걷는 변호사가 인정받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런 풍토라면 전관예우 논란이 생길 이유가 없다.

 유길종<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