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에 살다 같이 가겠소”
“당신 곁에 살다 같이 가겠소”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6.05.19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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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 특집]진안 잉꼬부부 김용호·고현자 부부

아픈 아내를 위해 언제 어디서든 한 몸으로 손과 발이 되어주는 김용호 고현자 부부가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얼 기자>

 한 해 이혼하는 부부가 11만 쌍이 넘는 현시대에 아픈 아내를 위해 언제 어디서든 한 몸으로 손과 발이 되어주는 부부가 있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진안에서 잉꼬부부로 소문이 자자한 김용호(58) 씨 부부. 이들의 사랑은 인터넷이 점차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인 2002년 시작됐다. 당시 진안에서 농사를 짓던 김 씨의 하루 마무리는 바로 인터넷 채팅이었다. 채팅방에서 우연히 만난 고현자(57) 씨는 김 씨의 마음을 흔들어 놨다. 전화통화까지 하며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연애를 지속했다.

 “비록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느낌이란 것이 있잖아요. 솔직히 아내의 목소리에 반해 만나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당시 서울에 살던 고 씨를 보기 위해 김 씨는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시골 사나이 김 씨의 지극정성 어린 모습에 고 씨는 마음을 뺏겼고 이들은 늦은 나이에 불 같은 사랑을 시작했다.

 함께 한지 2년. 하루하루가 행복 했던 이들의 삶에 예기치 않은 불행이 찾아왔다. 아내가 뇌졸중으로 그만 쓰러지고 만 것. 이후 김 씨는 서울 등 전국을 누비며 뇌졸중 치료에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아다녔고 호전되지 않자 자신이 직접 아내 병간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김 씨의 노력에도 아내는 당뇨 합병증까지 겹쳐 투석과 함께 날씬했던 몸은 80kg에 육박하게 됐고 지금은 왼쪽 팔이 마비가 오고 왼쪽 눈은 실명했다.

 

 “정말 억울하더라구요.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줬을까?’ 하며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문득 아내와 했던 약속이 떠올랐어요. 당신이 아파 걷지 못해도 내가 당신 곁을 지키며 손발이 돼 주겠노라고….”

 김 씨는 이런 아내를 위해 1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아내 곁에 24시간 동안 붙어 있으며 아내의 손과 발이 돼줬다. 유독 영화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영화관도 업고 다녔다.

“방안에만 있기 답답하잖아요. 예전에는 자주 영화관뿐만 아니라 산과 나들이를 다니고 했어요. 하지만, 요샌 그럴 형편이 잘 안되네요.”

 이들 부부의 잉꼬사랑은 마을에서 이미 유명해진지 오래다. 읍내에서도 이들을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 이미 ‘어부바 부부’라는 별명도 생겼다. 하지만, 최근 아내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아 형편상 외출활동을 많이 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예전엔 비록 몸은 힘들어도 아내를 업고 함께 한 시간이 제겐 큰 힘이 됐죠. 그런데 지금은 집안에서만 아내를 업고 몇 바퀴 도는 게 전부이니 마음이 참 무거워요.”

 아내와 다정히 앉아 머뭇거리던 김 씨는 “사실 아직 아내와 함께 한 웨딩사진도 찍지 못했어요. 남들 다하는 결혼식도 못 올렸죠. 이런 저를 믿고 여기까지 와준 아내를 어떻게 마다하겠어요. 전 아내 곁에서 평생을 함께하다 같이 갈 거에요.”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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