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식 알리기
나쁜 소식 알리기
  • 김철승
  • 승인 2016.05.15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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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관계에서 나쁜 소식을 알리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생명과 직결된 나쁜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듣는 사람이나 전하는 사람이나 어려운 문제이다. 진료실에서 아직도 가장 힘든 대화는 암을 환자에게 통보하는 일이다. 진단 결과 통보에 대해 사람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이므로 의학적 원칙에 근거해 기계적으로 대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침묵, 오열, 부정, 분노, 슬픔 등의 감정 표출을 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거나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충분히 조성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욱 대화를 어렵게 만든다. 더군다나 치료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말기암 환자나 보호자와는 의사에게도 힘든 대화이다. 대화의 시간보다 침묵이 흐르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말기암이라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릴지 말지를 고민하는 가족들도 많이 있다. 자녀가 부모님에게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경우도 아픔이고 반대로 자녀들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해야 하는 경우도 고통이다. 요즘도 부모님에게 사실을 알려야 할지 고민하는 자녀들을 흔치않게 보곤 한다. 걱정을 너무 하시는 부모님의 성격이나 사회 환경, 종교문제 등으로 사실을 알았을 때의 반응을 예측하기에 고민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빨리 삶을 포기할까 걱정하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다. 부모의 경우, 자녀들에게 치료비 문제를 신경 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멀리 떨어진 지리적 환경상, 바쁜 사업에 영향을 줄까 봐 등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에 알리길 꺼리는 경우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환자의 90%가 자신이 말기암이라는 사실을 알기 희망한다고 한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의사에게 직접 듣고 싶어 하고 있다. 또한 환자가 묻기 전에 의사가 먼저 알려주길 원하고 있다. 보호자 역시 약 80%에서 환자에게 알리길 원한다고 알려졌다. 현실은 아직 약 50%만이 의사로부터 전해 듣고 있으며 가족들에게는 약 10%가 나머지 25%는 추측과 분위기로 알게 된다고 한다. 암뿐만 아니라 모든 질환의 치료과정은 환자 혼자만 감당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기도 하지만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야 치료의 오랜 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다. 말기암은 통증을 포함한 여러 가지 다양한 불편감을 동반하기에 환자 자신이 자신의 병을 잘 알고 몸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의료진과 가족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세밀하게 도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질병은 죄나 벌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듯 삶의 한 과정일 뿐이다.

 적극적인 치료를 할지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지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가장 중요해진 시기이다. 의사의 전반적인 설명에 듣고 주어진 정보에 의해 판단 능력에 문제가 없는 한 앞으로의 계획에 자신이 모든 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말기암이나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가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정리할 수 있게 하고 가족들에게 더 이상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사전의료의향서를 사회적으로 고민할 때가 되었다. 사전의료의향서는 말기암이나 더 이상 치료가 의미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인공호흡기 등의 생명유지 장치를 포함 한 연명치료를 자신의 뜻에 따라 중단한다는 자신의 의견이다. 2016년 1월 “호스피스·완화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마지막을 중환자실에서 홀로 보내는 것보다 의식이 있는 동안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더 의미 있다 하겠다. 가족들이 특효약이나 음식, 증명되지 않는 치료법을 찾아 전전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기도 하다. 가족중심 문화 속에 익숙하지 않겠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훈련하여야 할 때이다.

 우리는 나쁜 소식을 가끔 접하게 된다. 나쁜 소식을 접했을 때, 감정 표출에 대해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과한 감정 표현이 꼭 슬픔을 반감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의 멱살부터 잡는 태도가 버려야 할 대표적인 행태이다. 과격한 표출이 애정의 표현이라 생각 말자. 반대로 슬픔과 괴로움을 과도하게 억제하거나 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과도하게 슬픔을 자제하는 일본인들을 흔히 비교하지만 과한 억제도 좋지 않다. 솔직하지만 넘치지 않는 감정 표현이 좋다. 아직 우리들은 감정 표현에 대해, 특히 슬픔에 대한 표현이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때로는 슬픔의 감정표현에 대해 미리 고민해 보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청취하면서 필요하다면 교육을 받을 필요도 있다.

 연명치료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되고 있는 시점에 이제 누구나 죽음 앞에 서야 한다면 한 번쯤은 무거운 주제이긴 하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미리 준비되었거나 생각해 보았었다면 슬픈 소식을 전하는 쪽이나 접하는 쪽이나 감정의 정리가 빠를 수 있다. 그리고 갑작스런 슬픔 소식이 가족들의 아픔이나 후회를 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성년의 날도 있지만,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더 무게 있게 다가오는 달이다.

 김철승<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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