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가정의 달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안 도
  • 승인 2016.05.1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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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요즈음 가정의 달을 맞아 갑자기 안톤 슈나크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생각난다. 우리의 고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글인데 수십 년이 지나서도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백지와 같은 어린 시절의 뇌리에 새겨진 인상 깊은 감동이기 때문이리라.

 정원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볕이 떨어질 때,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에서, 공원에서 흘러오는 은은한 음악 소리, 꿈같이 아름다운 여름밤 등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소재들이다. 얼마나 인간적이고 낭만적인가?

 5월의 달력을 열면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가정의 날이다. 그리고 16일은 성년의 날이다. 그래서 국가에서는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하고 각종 행사들을 갖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소중한 가정의 달에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생각이 났을까

 시아버지가 자기 집 애완견을 부러워하는 세태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시아버지 방에서 냄새가 난다고, 방이 깨끗하지 않다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투덜대는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병이 들자 약도 제대로 사다주지 않으면서 애들 보고는 그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고 뭘 시켜 먹으면서도 자기네들 입맛에 맞는 것만 주문한다. 그러면서도 강아지에겐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 주고 가끔 옷도 사 주고, 아프면 바로 병원으로 데려간다. 집에는 강아지 사료, 간식, 의류, 장난감, 위생용품 등이 가득하다.

 스마트폰으로 가족 간의 소통이 단절된 세태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들고 살며 심지어는 걸어다닐 때도 한다. 가족끼리 밥을 먹을 때도, 함께 이야기할 때도, 놀이할 때도, 모처럼 한가롭게 여행을 할 때도,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 때도 매 순간 스마트폰은 우리의 시간을 단절한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스마트로 조각나버린 시간의 파편들 속에서 바쁘게 쫓겨 다니는 허무한 시간의 모자이크뿐이다.

 부모들의 대리 만족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욕망이 있고 성취감이 있다. 그러나 그 해결 못 한 것들을 자녀를 통해 성취하기를 기대하며 아이들의 욕망을 억제하고 오로지 부모의 못 이룬 한을 풀려는 허황한 욕심에 아이들은 학원으로 내몰려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노부모를 요양병원에 방치하거나 정신병원에 가두는 ‘현대판 고려장’의 비정한 자녀들이 늘어나 우리를 슬프게 한다.

 부모의 상속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던 노부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한 장남과 손자가 기소당했다. 최근 관계기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정신질환 입원환자 가운데 가족에 의해 강제 입원된 수는 63.5%에 달한다고 했다. 여기에 시장, 군수 등에 의해 강제 입원된 환자까지 더하면 통계치는 75~80%까지 올라가며 이는 강제입원 비율이 3~30% 수준에 그치는 유럽 국가들보다 2-3배 이상 높은 수치란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이 부끄럽다.

 버림받는 아이들과 아동 학대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버림받는 아이들’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다. 미혼모들이나 이혼가정 등 자녀들을 포기하는 사례가 무시 못 할 정도로 발생하고 있고,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의 수도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이성을 잃고 감정에 치우친 아동학대 즉 신체 학대, 욕설, 모멸감, 성폭행, 정서 학대 등 불쌍하고 가련한 영혼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은 부부와 혈연관계인 부모 및 자녀로 구성되는 기본 집단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생활하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보금자리다. 이러한 가정은 보호적인 기능도 있다. 가정은 가족들에게 닥치는 외부로부터의 위험이나 병에 대하여 예방적인 구실을 하며 휴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식구들이 모여 단란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놀이를 하며 서로 마음을 소통시키고 때로는 상호 간에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가정의 고유한 가풍을 이어 나가기 위한 교육은 물론 사회의 문화 전반에 대한 습득능력을 길러주는 기능도 있다. 이러한 소중한 기능의 가정은 누구 하나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두터운 신뢰로 이루어 간다. 슬프지 않고 기쁨이 충만한 가정의 달을 소망한다.

 안도<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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