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없는 관광, 모두가 행복한 전북여행
장애물 없는 관광, 모두가 행복한 전북여행
  • 최은희
  • 승인 2016.05.10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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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우리나라 수필문학의 지평을 연 피천득은 푸른 오월을 향해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푸름이지만 오월의 봄이 선사하는 푸름은 그야말로 신록이 아닐 수 없다. 새해를 맞는 설렘이 과거형이 된 지 오래인데도 왠지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드는 것도 오월이 주는 신선함과 생동감 때문이리라.

 그렇다. 우리는 피천득의 오월 찬사를 만끽하며 삶의 기쁨을 누린다. 푸른 오월을 눈앞에 두고 있는 동안은 힘겨운 일상도 잊게 된다. 하지만, 피천득의 오월 찬사가 모두의 찬사일 수는 없다.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오월이 될 수도 있다. 휠체어를 타거나 듣지 못하거나 보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 말이다.

 등록장애인 규모는 전국적으로 약 250만 명. 전라북도에만 약 13만 명의 등록장애인이 있다.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 5개 시?군의 인구를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 등록장애인은 아니어도 걷기가 불편한 65세 이상 노인도 약 32만 명이나 된다. 180만 전북인구 전체로 볼 때 10명 중 2.5명이 장애인이거나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인 셈이다.

 이맘때쯤이면 전국은 축제의 물결로 넘실거리는데 이들에게 오월의 축복은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남원 바래봉 철쭉제와 춘향제, 부안 마실축제, 고창 청보리축제 등 이름자 하는 축제의 성찬으로 풍성해지지만 축제현장에서 장애인들과 조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난해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전 국민은 한 해에 약 5회 정도의 국내여행을 한다고 한다. 반면, 장애인의 연간 국내여행 횟수는 3회에 불과하다.

 이들에게는 여행은커녕 집 밖을 나서기조차 두렵게 만드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과 태도이다. 바로 편견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일차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만나고 교류하면서 익숙해져야 개선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장애인과 대면할 기회가 적다 보니 기존의 편견은 더욱 고착화되고 만다. 대면할 기회가 적을수록 낯설고 부담스러운 시선은 뿌리를 더욱 단단히 내리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우리가 몸담은 사회는 장애인을 엄연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해오지 않았다. 사회를 구성하는 도로, 교통, 건물 같은 물리적인 요소들부터 공공서비스, 제도와 같은 비물리적인 요소들까지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이것이 장애인들의 집 밖 외출을 가로막는 두 번째 이유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3센티미터의 턱만 있어도 걸려 넘어지고, 한 칸의 계단만 있어도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마지막 셋째는 장애인과 장애인가족들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다. 너무 위험하고 불편해서, 사람들의 시선과 태도가 불친절해서 몸과 마음이 한없이 지치고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주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불편한 점들에 대해서 계속 말해야 한다. 여기 우리가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장애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의 도움이 조금 필요할 뿐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주면 된다. 다른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귀찮은 일이 아니라 당연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라는 범주에 비장애인만이 아닌 장애인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공공행정에서는 매년 시작하는 모든 사업에서 장애인도 충분한 수혜자가 될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평가해야 한다. 관광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장애인을 위한 열린관광지 조성사업이 주목받고 있는데 각 지자체에서 일시적인 정책적 동향에 편승하는 미온적 태도가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갖추고 사업추진에 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등록장애인 대부분은 사고, 질병 같은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중도장애인이다. 그들은 기억할 것이다. 여행 전날 밤의 설렘과 여행지에서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물론 박제화된 추억일 뿐이다. 이제는 이들에게도 떠날 수 있는 권리, 그리고‘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라고 외칠 수 있는 권리를 돌려주어야 한다. 함께 해보자.

 최은희<전북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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