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손으로 빚은 모든 것을 품에 안은 도시
피렌체, 손으로 빚은 모든 것을 품에 안은 도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6.05.10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手, 상상 그 이상의 도시를 꿈꾸다]<중>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수공예 종이 상점으로 인기가 좋은 일 파피로(Il papiro) 내부

 메디치 가문의 예술 후원을 기반으로 르네상스가 눈부시게 성장한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그 역사만큼이나 탄탄하게 쌓아올려진 수공예 산업이 존재한다.

 실제, 피렌체 골목 구석구석에는 다양한 수공예품들을 파는 소규모 상점들이 즐비한데, 이는 오래 전부터 수많은 예술가와 여행자들이 피렌체를 도보로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형성된 자연스러운 그림일 터다.

 피렌체 골목의 상점들에서 판매하는 품목도 다양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꿰메었다는 가죽가방, 독특한 디자인의 목재가구와 소품, 베네치아 가면과 레이스 제품, 유리공예와 각종 액세서리까지…. 캐리어를 꽉꽉 채우기에는 부담이 상당한 여행자 신분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볼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은 곳.

 피렌체는 가히 손으로 빚은 모든 것을 품에 안은 듯한 특별한 풍경을 보여주는 도시다.  

 

 특히 이탈리아 피렌체의 장인과 상인들은 전통적인 것에 머물지 않고, 현대와의 접점을 찾아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산업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통을 있는 수공예 종이 상점으로 인기가 좋은 ‘일 파피로(Il papiro)’를 방문했다.

 이 곳은 전통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 작업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상점 중 하나다. 상점 안에는 다이어리와 수첩, 포장재, 연필, 엽서 등 종이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용품을 제작해 팔고 있어 여인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해 보였다. 상점의 한쪽 공간에서는 젤라틴에 아크릴 물감을 풀어 종이에 형형색색의 패턴을 입히는 장인의 작업도 한창이었다.

 

 일 파피로를 운영하는 리까르도(Riccardo)씨는 “이 방식은 중세시대부터 내려오는 방법으로 패턴이나 컨셉도 오래전의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가업으로 이어오던 집에 들어가 오래전부터 익힌 기술이다”면서 “우리 집의 종이의 특징은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마따나 상점에 있는 각양각색의 상품들에는 피렌체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아름다운 대리석과 같은 패턴으로 조형미를 뽐내고 있었다.

 물론, 이 같은 명품 수공예품들을 피렌체 거리의 상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주의 명품 수공예품들도 첫 진출해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던‘피렌체 국제 수공예 박람회’는 전 세계의 명품 수공예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축제 중 하나였다.

 지난달 23일부터 5월 1일까지 열린 이 박람회에서는 이탈리아 장인들의 작품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손으로 만든 모든 진귀한 물건들을 불러모아 오감을 만족시켰다. 물론, 전주의 명품 수공예품들도 이들 전 세계의 수공예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람회는 80년 이라는 그 유구한 역사 만큼이나 그 뿌리를 탄탄하게 내린 모습이었다. 전체적인 공간 구성과 콘텐츠, 홍보 등에서 상당한 규모를 자랑했다. 박람회가 열리면 현지인들이 꼭 한 번 방문하는 축제라는 소개에 걸맞게 박람회 기간 내내 현장은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곳 박람회에서는 조그만 액세서리에서부터 목가구까지 다양한 수공예품은 물론, 보다 전위적인 예술품과 팝아트, 아트상품 등 그 숫자와 장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수공예품을 선보였다. 그야말로 손으로 만든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박람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중·저가형의 기성품도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부스를 배려하고 있는 점도 특징인데, 수공예와 대중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접점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수공예 박람회 행사장 외에도 음식 푸드 센터와 화장품 코너, 아동놀이공간 등 다양한 외부행사를 붙여 한 공간에서 원스톱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박람회에 참여한 장인과 상인은 물론, 관람객의 만족도까지 높이는 아이디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주최측의 공격적인 홍보 방식이었다. 박람회에 참여한 장인과 상인들이 현장에서 직접 공예품을 만드는 모습을 촬영하고 인터뷰해 곧바로 편집돼 광장에 마련된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노출시키고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 La Repubblica 와 Corriere 등 이탈리아의 대표 신문사는 물론, 주정부를 관할하는 방송사 등 각종 매체에서까지 앞다퉈 취재경쟁을 벌이는 장면도 종종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수 백년의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공방이 존재한다. 또 오랜기간 연마한 기술을 가지고 먹고 살기 위해 자구책을 찾아 수공예의 산업적인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장인, 그리고 이들과 협력하는 상인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형식의 플랫폼을 만들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보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오랜 세월, 몸으로 온갖 풍상을 겪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수공예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