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철드나 봅니다
이제야 철드나 봅니다
  • 박종완
  • 승인 2016.05.08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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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드러지게 피는 꽃을 뒤로 한 채 어느덧 여리게 연록의 푸른빛과 함께 화사하고 싱그러운 신록의 계절이 다가왔다.

 오월은 여러 기념일을 통해 우리가 평소 잘하고 있지만 여러 관계 속에서 조금은 소원했던 부분을 챙기고 사랑과 정을 나누면서 따뜻한 마음을 확인하자는 의미로 가정의 달이라고 정한 듯싶다.

 주말에 어머님의 손맛이 그리워 시골에 다녀왔다. 비록 동구 간들이 모여 가졌던 소박한 한 끼 식사일 뿐이지만 어머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알콩달콩 사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 드실게다.

 많은 부분이 개량되어 시골집이 예전에 형제들끼리 아옹다옹하면서 생활했던 집은 아니지만, 소쩍새가 그윽하게 울어대는 시골의 하룻밤은 어릴 적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꽁꽁 언 땅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어김없이 꽃을 피워 절망을 털어낸 인동초처럼 가족의 희망과 꿈을 위해 온몸이 부서지도록 애쓰신 아버지가 그리운 것을 보면 필자도 이제야 철이 드나 보다.

 다들 시골생활이 그렇듯 많은 식구들이 생활하다 보니 여러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겨울철이면 온돌방의 특성상 긴 겨울밤을 지내기 위해 많은 양의 군불을 지피다 보니 집집이 안방 아랫목은 장판이 누렇게 변해 있었고,

 형제들이 뒤엉켜 자다보면 새벽녘엔 방바닥이 식어 새우잠을 자는 데 힘이 센 순으로 이불을 끌어당기다 보면 막내는 항상 볼멘소리로 울먹이며 이불 속으로 파고들곤 했었다.

 이른 아침에 물을 데우려고 불을 지피면 노곤한 몸이 풀리면서 늦잠을 잘 때가 종종 있었다.

 어머님의 불호령에 일어나 주섬주섬 책가방을 챙기고 큰 그릇에 뜨거운 밥과 짭조름하고 시원한 김칫국물을 넣어 쓱쓱 비벼주시면 게 눈 감추듯 먹고 등교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면 그때는 가족의 따뜻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몰랐었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 소여물일과 마당일을 정리하시곤 아침을 준비하시는 어머니를 도와주실 요량으로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주시면 어머니 얼굴에 화색이 돌아 그날 아침은 우리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께서는 작은 일에 큰 행복을 찾았는데 소박한 삶 속에서 자식들을 올곧게 키우신 게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두고두고 전하고 싶다.

 아버지하면 여러 가지 일들이 있을 것인데, 다들 한 번쯤은 막걸리 심부름을 하면서 작은 추억거리들이 있었을 것이다.

 양은주전자에 받아오다 목이 말라 몇 모금 먹다 보면 양이 줄어 우물에서 물을 타던 기억과 뛰어오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낭패를 봤던 일들은 나이가 먹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이렇듯 예전과 달리 가정문제로 큰일을 치르는 보도를 종종 볼 때면 “가정의 수준이 국가의 수준이고 가정의 수준은 아버지의 수준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아버지가 바로서야 가정이 바로서고 가정이 바로서야 사회가 바로 선다” 는 어느 아버지학교의 글귀가 오늘날 세태의 귀감이 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기분 좋을 때 헛기침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짓고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가 최고의 자랑이라고 아버지를 표현한 글을 보면서 이제야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알 것 같아서 가슴이 아리고 그리움이 쌓인다.

 어릴 적 시킨 대로 하지 않고 어깃장 부릴 때면 부모님께서 너희도 커서 자식 낳아봐야 내 맘 안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좋은 일 있을 때 말씀드려 같이 기뻐하며 허드레 말씀이라도 자주 듣는 게 효가 아닐까 싶은데 자주 못해서 송구스러울 뿐이다.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이 되어야만 가족들 얼굴 한번 볼 수 있는 바쁜 현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부모님들의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되돌아보며 작은 반성과 함께 힘찬 희망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따뜻한 말과 사랑스러운 행동이 함께한 꿈 꾸는 울타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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