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향토기업 살리기, 왜 중요한가
전북 향토기업 살리기, 왜 중요한가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6.05.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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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트진로 본사에서 익산에 있는 자회사 하이트진로에탄올을 매각할 방침인 가운데 영남 컨소시엄 업체에서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향토기업 씨가 마르는 것 아니냐는 지역민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다. 전국대비 제조업 기반이 2~3%에 불과한 취약한 상태에서, 전북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의 기반이 사실상 붕괴한 상태에서 소수 알짜기업마저 타지역 업체 손으로 넘어간다면 전북의 자존심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에는 그동안 건설과 금융, 제조, 유통 등의 분야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이 영업하면서 전북의 명성을 대외에 알렸다. 수십 개에 육박했던 이들 기업은 전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수도권 기업들과 어깨를 당당히 겨루며 전북의 자랑으로 우뚝 서 왔다. 하지만 90년대 말 건설업이 정점을 찍은 후 하방의 길을 걸으며 지역업체도 점차 시련을 계절을 맞았고, 2000년대 이후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지역시장 점령으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서호건설과 엘드건설, 광진건설, BYC생명 등 숱한 향토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지금은 소수 향토기업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토착기업의 씨가 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자조감 섞인 푸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익산의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하이트진로에탄올이 본사의 매각 방침에 따라 타지역 업체 수중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에탄올을 창해에탄올에 매각하기 위해 지난 2월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최근 양사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하이트진로에탄올은 주류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원료인 조정을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 277억원에 순이익 24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알짜기업이란 평을 받는다.

 하이트진로에탄올은 지난 97년 부도 이후 작년까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50여 명의 임직원이 결연한 의지로 250억원대의 부채를 상환하고 2012년에 법정관리를 극복한 기업이어서 지역민들의 애착은 더욱 강한 상황이다. 노조 측도 “직원들의 눈물로 회사의 위기를 극복했는데, 모기업의 경영난을 이유로 들어 타지역 업체 손에 넘어간다면 어떻게 되느냐”며 반발해왔다.

 전주상의의 한 관계자는 “한때 수를 헤아리기 어려웠던 향토기업이 이제는 몇 개나 될지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며 “토착기업 육성과 우량기업 유치를 위해 지역민들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토기업 하나가 100명을 고용한다면 1가족 3인 기준 시 약 300명가량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외지자본이 향토기업을 인수한다고 그리 큰 피해가 있느냐고 물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은 해당 지역의 브랜드 역할을 한다”며 “지역경제에 미치는 직·간접적 효과를 따질 때 적잖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고향에 뿌리를 둔 기업은 사회적 책무를 느끼며 지역민과 호흡하고 애경사를 같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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