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각서 체결보다 실천이 중요
양해각서 체결보다 실천이 중요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6.05.0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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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과 협력이 전북의 길 <4>

 전북 혁신도시 입주기관들은 저마다 지역 상생을 외치지만 일부는 ‘양해각서(MOU) 협업’이란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수도권 기관들이 전북에 내려왔지만, 여전히 지역 특화발전을 위한 적극적 동참은 찾아보기 어렵고 손쉬운 MOU 체결로 대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의 한 기관장은 “혁신도시 기관들이 지역과의 협력과 협업에 너무 인색한 게 사실”이라며 “일터의 주소만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혁신도시 기관들은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는 기관인데, 우리가 어떻게 특정지역(전북)만을 위한 별도의 예산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균형발전 차원에서 내려온 기관들이 지역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동력을 창출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전북 정치권의 주장이다.

 우리 사회에 MOU 협업은 의외로 만연해 있다. 밑도 끝도 없이 MOU를 체결한 뒤 사후관리(AS)는 뒷짐 지는 사례를 지자체 행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MOU 특위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전직 공무원 K씨는 “공직사회에 몸담았던 당시, 솔직히 생색을 내는 데 MOU 체결만 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었다”며 “사후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일단 사인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토로했다. K씨의 말은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도 반복되는 진행형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북 경제계의 ‘협업(協業) 바람’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전북 중소기업 지원기관은 경제통상진흥원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테크노파크, 무역협회 등 정확히 24개에 육박한다. 이들 기관은 MOU 체결에 그치지 않고 협업을 통해 정책지원 효과의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1월 14일에 열렸던 ‘수출 지원기관 대책회의’. 15개의 참여기관이 전북수출 위기극복을 위해 업체 정보를 공유하고 지원시책 통합 책자를 발간했으며, 매월 실무자 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기관들은 간판을 떼고 기업을 위해 역할분담에 주력하고 있다. 기관들이 간판을 떼다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 전북중소기업청의 정원탁 청장은 “기관 간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관 정책의 도움을 받아 중소기업이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취지”라며 “실적 쌓기의 한 건이 아니라 실질적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OU를 넘어 실천적 지원에 나서는 모습도 돋보인다. 전주세관과 신보, 중진공 등 각급 기관들은 ‘중소기업에 보고하는 단체협의회’를 구성해 매월 첫째 주 수요일에 정책소통을 추진하고 있다. 단체별로 월별 주요 추진계획과 정보를 공유해 기업들과 토론하는 등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지원기관이 지원대상을 갑(甲)으로 모시고 AS까지 세세히 살피겠다는 것, 이게 바로 진정한 협업과 협력이다.

 MOU에 서명하고 “한 건 했네~”라며 사진만 찍는다면 협업의 구호는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협업과 협력은 구호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업 과제에 대해선 월별 체크리스트 등 실천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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