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려지망(倚閭之望 : 자식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
의려지망(倚閭之望 : 자식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
  • 이지영
  • 승인 2016.05.04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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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놓치지 말라는 말이 있다. 5월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부모와 자식, 부부 관계가 그렇다. 항상 옆에 있어서 소중함을 잘 모르다가 문득 곁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만 해도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그런 존재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어버이날, 특별히 날을 정해 기념하게 하는 것은 그런 상상조차 할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최소한 기본은 지키고 살라는 배려쯤으로 생각한다.

 징검다리 휴일이 빨간색으로 채워지면서 긴 연휴가 이어진다. 그럴리 없겠지만 지난 설에도 다녀가지 못한 자식들이 혹시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모님들은 애꿎은 달력을 뒤적여 볼지도 모를 일이다.

 지그시 눈을 감으면 망원렌즈 속 피사체처럼 멀리 눈에 익은 고향의 전경이 펼쳐진다. 카메라는 반가운 고향집으로 서서히 줌 인(zoom-in)되었다가 다시 동구 밖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초조하고 설렘 가득한 표정의 어머니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자식을 동구 밖까지 나와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 그것은 의려지망(倚閭之望)이다.

 의려(倚閭)는 자식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을 일컫는다. 전국시대 왕손가(王孫賈)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네가 아침에 나가 늦게 돌아오면 나는 문에 의지하여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저물게 나가 돌아오지 않으면 나는 동구 밖에 의지하여 기다린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그 옛날 귀가하지 않는 자식을 동구 밖 까지 나가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이나 전화를 받지 않는 자녀에게 수도 없이 부재중 전화를 남기는 요즘 부모 마음이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자식사랑은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이다. 일방통행, 영원한 짝사랑인것을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게 자식에 대한 사랑이다.

 최근 우리사회에 충격파를 던져주는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어린 자녀를 욕실에 감금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고, 학대한 아이가 사망하자 시신까지 훼손한 인면수심의 부모가 세상을 발칵 흔들어 놓기도 했다.

 분노를 참지 못해 갓 태어난 핏덩이를 집어 던지고, 술에 취해 자녀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는 요지경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무정한 세월에 몸이 쪼그라들고 머리는 하얗게 세며 기억은 흐릿해간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는 자식에게 든든한 울타리이고 거대한 태산과 같은 존재다.

 현대화, 도시화가 휩쓸고 간 지금 정겨운 동구 밖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어도 정갈한 벽돌집 마당에서 또는 아파트 현관 앞에서 우리 부모님들은 변함없이 자식을 향한 의려지망(倚閭之望)을 키워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서 연휴가 점점 길어지고 있지만 동구 밖 길 끝에서 나타나야 할 아들의 모습은 고향이 아닌 공항이나 휴양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분명 못 내려간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구 밖을 내다보는 우리 부모님들의 의려도 길어지고 있다.

 바쁜 생활 시간이 없어서, 기회가 없어서, 부모를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동구 밖을 내다보고 있는 우리의 부모님들을 지금이라도 찾아 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지영<익산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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