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의 진정한 가치
세계유산의 진정한 가치
  • 강경환
  • 승인 2016.05.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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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전북 지역은 고창 고인돌 유적에 이어 익산의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세계유산이 되었다. 우리 고장의 문화유산이 인류 보편적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고 축하할 일이다.

  경주역사유적지구와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에 이어 공주, 부여, 익산의 백제 유적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우리나라 고대국가인 고구려, 백제, 신라의 찬란한 유적지들이 모두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음으로써 온 인류가 함께 보호하고 향유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1995년 불국사·석굴암,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이 처음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후 20년간 모두 12건의 세계유산을 등재하였다. 세계유산보호협약에 가입한 191개 국가 중 등재 건수로는 21번째에 해당하는 높은 순위이며,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도 3번이나 역임하는 등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보호활동에 모범적으로 참여하는 국가 중의 하나로 발돋움하였다. 국내적으로도 세계유산 등재 이후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유산지구내에 박물관이 건립되고, 사유지를 매입하여 정비하는 등 관람 환경이 크게 개선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유산에 대한 지역의 관심과 애정이 높아지면서 지역마다 문화재를 알고 찾고 가꾸는 노력이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유산 등재의 긍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하여도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자칫 세계유산 등재의 경제적 편익과 관광 수익만 강조하다보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보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그러한 사례들을 잘 알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 엘베계곡은 현대식 다리를 유산지구내 건설함으로써 세계유산 지위를 박탈당하였다. 역시 독일의 쾰른 성당도 강 건너 고층 건물의 건설을 추진하다가 위험 유산에 등재되는 불명예를 안았으며, 진화론의 산실인 갈라파고스 섬도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외래 종 유입 등으로 위험 유산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세계유산은 지역의 자랑거리이기도 하지만 보존관리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 세계유산은 인류 공동의 유산이지만 오랫동안 지역민과 함께하면서 보존, 전승되고 진화해온 지역의 유산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계유산의 보호와 활용은 우리의 후손들이 훼손 없이 물려받을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성급한 개발 사업과 품격 낮은 관광은 세계유산의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의 국내외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세계유산 등재는 유산 보호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세계유산의 보호를 위해서는 유산과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온 지역민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지방정부, 중앙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지고 세계유산의 가치 보존과 품격 높은 활용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의 진정한 의미는 국가의 문화적 역량의 과시도 아니고 관광수입 증가를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도 아니다. 세계유산 등재의 가장 큰 가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인류 공동의 유산을 지역주민과 국제사회가 함께 보존하여 우리의 후손들에게 훼손 없이 온전하게 물려주는 것이다. 이것이 세계유산보호협약의 기본 정신이며 세계유산 보호의 대원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립무형유산원 강경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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