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 했습니다.
나는 행복 했습니다.
  • 박경주
  • 승인 2016.05.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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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에 꽃들이 만발하고 있다. 이제 계절은 여름으로 달려갈 것이다. 학과 1학년 학생들과 김제기 교촌동 벽화그리기 봉사활동을 나갔다. 봉사 장소에 도착하니, 작년 2학년들과 같이 났던 골목에서 분기된 골목에 벽화를 그리는 작업을 해야 했다. 이미 밑그림은 그려져 있었고 붓과 페인트를 이용하여 벽에 붙어 있는 그림의 색깔대로 페인트를 칠하기만 하면 되는 작업이다.

 우리 대학의 특성상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부터 군필자, 사회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섞여 있어 안배를 통한 조를 편성하고, 작년에 선배들과 그린 그림이 있는 골목으로 데리고 가서 그려 놓은 그림을 보여주었다.

 퇴색되어 버린 도시의 뒷골목, 아파트군의 화려한 채색의 언저리에 회색 담벼락과 낡은 스레트 지붕, 땜질로 울퉁불퉁한 골목은 시간이 뒤로 흘러버린 것 같은 착각을 불렀다.

 벽화의 주제는 의리 있는 형제였다. 학생들은 동화속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같이 농사를 짓는 장년의 형과 신혼의 형제가 같이 농사를 지어 똑같이 분배하였는데, 형은 신혼의 동생을 생각해서 밤에 볏단을 날라 동생의 몫에 자기 것을 가져다 쌓고, 동생은 조카들을 키우는 형을 생각해서 자기의 몫의 볏단을 날라 형의 몫의 볏단에다 쌓다가 형제가 중간에서 서로 만나 우애를 나누는 감동의 동화를 골목에 채색 표현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페인트를 나누고, 색을 배합하면서 밑그림을 따라 그림을 완성해 갔다. 벽이 매끈하게 발라진 곳은 그리기가 쉽고, 시멘트 반죽을 투척하여 울퉁불퉁한 벽에는 그리기가 어려웠다. 학생들에게 페인트를 듬뿍 묻혀 붓을 세워 찍듯이 바르면 홈의 틈새로 페인트가 들어간다고 설명을 하고 시범을 보이니 곧장 따라한다.

 4시간 동안의 골목길 그림 그리기가 완성된 곳과 미완의 공간이 생겼지만, 학생들은 서로 오가면서 그림을 평가하고, 채색에 대하여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해 가고 있었다. 내 몫의 그림을 그려 놓고 한 바퀴 돌면서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하니 어깨를 으쓱거리며 좋아한다. 돌아올 시간이 되어 학생들을 집합시키고, 담당자들이 준비한 간식을 먹는 학생들의 표정에서 희망을 보았다.

 우리는 청년들을 보면서 막연한 불안감에 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의 우열이 우선시 되는 입시경쟁의 눈으로 학생을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가정과 사회에서 부모님에게서 배우고, 사회에서 어깨너머로 배우면서 해 보고 싶어도 기회가 없거나 배려가 없는 사회 속에서 청년들….

 벽화를 그리면서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기 몫을 다하기 위해 같이 토론하고 페인트를 섞어 색을 만들고, 색을 칠해 가면서 완성되어 가는 그림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너희 캔버스에도 멋지게 그림을 그려 보자!’라고 했더니 ‘예!’ 대답이 우렁차다. 나는 오늘 행복하다.

 박경주 / 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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