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대한민국 민낯 들추는 2편의 ‘다큐’
[JIFF] 대한민국 민낯 들추는 2편의 ‘다큐’
  • 김미진 기자·김영호 기자
  • 승인 2016.05.02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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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메가박스 전주 Table M관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에 나선 최승호 감독(오른쪽) <김미진 기자>

  5월의 전주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로 뜨겁다 못해 타들어갈 지경이다. 지난 주말 첫 상영 후에도 극장 안팎에서 회자되던 그 열기가 2일 오전에 진행된 두 번째 상영에도 계속됐다. 해직 언론인이 메가폰을 잡은 ‘자백(감독 최승호)’과 해직 언론인들의 모습을 따라간‘7년-그들이 없는 언론(감독 김진혁)’.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대한민국의 민낯의 과감하게 드러내보인 영화로 충분히 불편했고, 충분히 가슴이 아팠다.
 

 ▲욕 한번 내뱉고픈 대한민국, 누구를 위한 ‘자백’을 강요하나

 “한국이라는 나라는 너무 나쁘다.”

 40여 년의 세월을 일본어만 쓰고 살았던 재일동포 김승효씨에게서 방언처럼 터져 나온 한국어는 아픔 그 자체였다. 1975년 학원가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재일동포 김승효씨는 그 시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아픔을 온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영화 ‘자백’에는 독재자의 희생양, 조국이 버린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자백’을 강요받았던 것인가.

 영화 ‘자백’은 도입부터 끝까지 흡입력이 굉장히 강했다. 영화의 출발은 공무원이었던 유우성씨가 동생의 자백에 따라 간첩혐의로 재판을 받게되는 것이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부터 시작된 국정원의 간첩 조작 역사를 훑어내면서 끌고가는 호흡은 길었고, 깊이도 상당했다.

 2일 메가박스 전주 Table M관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에 나선 최승호 감독 역시도 “국정원의 간첩조작과 관련해 뉴스타파에서 많은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인식에 큰 변화가 없음을 느꼈고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눠지기를 바랐다”면서 “과연 국가정보원이라는 기구를 이대로 놔둬도 되는가, 부디 큰 변화와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어 권력이 휘두르는 검에 맞선 그를 걱정하는 관객들에게도 최 감독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감시해도 상관 없다. 그런 생각으로 산다. 최대한 나 자신을 객관화하고 취재했다”고 안심시키면서 “간접조작 문제에 대해 국정원이 진심으로 반성을 한 적이 없다. 그 조직의 기풍은 결국 국민이 바꿔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감독의 생각은 통했다. 그 시간, 관객들은 안타까움의 감탄사, 슬픔의 눈물, 불편한 현실에 대한 실소를 지어보이며 90분 동안의 러닝타임을 한 공간에서 호흡했다. 국정원 합동심문센터에서 조사받다 숨진 한종수씨의 북쪽 딸에게 한씨 사망 사실을 전해주는 장면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러닝타임보다 길게 느껴진 그 시간, 그 기운은 상당했다. 이 영화가 전주의 문제작이 아닌 대한민국의 문제작으로 떠올라야만하는 이유다.
 

 ▲언론의 자유는 무엇인가…‘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섹션은 지난해와 같이, 사회적으로 주목할 만한 주제나 완성도를 갖춘 신인 감독의 작품을 선정했다. 그 중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 바로, 김진혁 감독의‘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이라는 영화다.

 2일 메가박스에서는 영화 상영이 끝나고, 작품과 관련해 감독과 관객 간 대화의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GV)에 나선 김진혁 감독은 영화 제작의 뒷 이야기와 평소 다큐멘터리에 관한 철학 등을 공유했다.

 김 감독은 “(주요 이슈에 대해 언론이) 마이크부터 들이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서 (전국의) 해고자들을 재조명하거나, 세월호 사고로 인해 드러나는 언론의 부재를 화면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큐멘터리 본연의 목적인 현실 인식과 우연성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영화 속에는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총 17명의 언론인들이 대량 해직되는 사태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권력에 굴종하는 것 보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항거한 그들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언론의 통제가 관성화 돼 버린 쓰디쓴 현실을 지적한다.

 결국 재직했던 언론사를 나올 수 밖에 없게 된 그들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기나긴 싸움에 돌입한다.

 그리고 정부와의 대립을 통해,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투쟁의 순간들이 화면마다 기록됐다.

 김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언론에 대한 문제 의식을 우리가 다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면서, “언론이 처하게 된 권력의 통제에 대해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고민을 알게 되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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