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만드는 첨단 뿌리기술!
명품을 만드는 첨단 뿌리기술!
  • 이성수
  • 승인 2016.05.02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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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림이 없다는 말은 용비어천가 제2장 첫 구절에 나온다.

산업측면에서 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초공정인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을 뿌리산업이라고 명명(命名)하고 있다.

뿌리산업은 청동기 시대부터 무기류·장신구 제작을 위해 쇠를 녹이고(주조기술) 두들기면서(소성가공기술) 시작되었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산업의 자양분으로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스위스 명품시계의 대명사인 파텍필립, 브레게와 독일의 쌍둥이 칼은 주조와 소성가공기술의 결정체이며, 이태리의 핸드백과 자전거는 금형, 용접, 소성가공기술이 깃들인 명가의 명품들이고 몽블랑, 파커 같은 세계적인 명품 만년필은 소성가공기술과 열처리, 표면처리기술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지난 50여 년 동안 선진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추진해 자동차산업과 조선과 반도체, IT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크게 성공하게 된 것도 뿌리산업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들 산업의 퀀텀 점프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추격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최상의 기술발전과 산업발전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가 되어야 하는데, 기초기술기반을 튼튼하게 만드는 첨단 뿌리기술이 제자리를 잡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지역에도 첨단 기술력을 기반으로 퍼스트 무버로 성장하기 위한 뿌리기업들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돋보이는 몇 개 기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례1) 주조분야가 주력인 A기업은 엔진다운사이징, 연비향상, EURO 환경정책에 대한 최적의 해법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솔린 승용차용 터보차져의 핵심부품인 Waste Gate Valve(WGV)를 특수합금소재 정밀 주조기술로 개발하여 현대/기아, 페라리, 포르쉐, 아우디 등 해외 명품 자동차에 납품하여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성장률 30%(2015년 매출 159억, 수출비중 65%)를 달성하였으며 정부로부터 첨단 뿌리기술 보유기업으로 지정 받기도 했다.

(사례2) 표면처리분야가 주력인 B기업은 자동차부품용 발포성형기술과 전착코팅 표면처리기술을 전기·전자부품(냉장고 부품)으로 응용하는 공정기술개발을 통하여 삼성전자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신규매출 발생성과를 거두어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성장률 26%를 달성하였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글로벌 법인들을 타깃으로 2020년까지 매출액 700억 원을 목표로 후속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전북자동차기술원에서는 더 많은 퍼스트 무버 뿌리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현장 및 숙련기술자 인력양성사업 △스마트공장 실현을 위한 그린환경시스템구축사업 △글로벌 시장진출을 위한 마케팅지원사업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수요/공급 상생협력사업 △군산·완주 뿌리산업 특화단지조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나무 중에서 최고라고 하는 모죽(母竹)은 씨를 파종한 5년 동안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6년째 되는 봄날 하루에 80cm 씩 쑥쑥 커서 30m까지 자란다고 한다.

5년 동안 숨죽인 듯 사방으로 뿌리를 뻗으며 견고하게 내실을 다지고 세상에 당당하게 모습을 보이는 모죽처럼, 비록 지금은 규모가 작고 어려운 작업 환경에도 묵묵히 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지역 내 뿌리기업들을 성원하고 애로 해결에 함께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성수 / 전북자동차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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