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는 사람들
나무를 심는 사람들
  • 이귀재
  • 승인 2016.04.2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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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완산공원의 꽃동네가 한옥마을과 더불어 전국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전주 시립도서관 쪽의 골목길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꽃동산에는 열정이 있었다’라는 표지판 안으로 철쭉, 벚나무, 백일홍, 단풍나무 등의 꽃과 수목동산이 열린다.

꽃에도 꽃말이 있듯이 꽃동산에도 스토리가 있다. 원래 토지주인은 선친의 묘소에 철쭉꽃을 하나둘씩 심다가 점점 나무심기를 40년 동안 계속했고 2009년 전주시에서 토지와 꽃나무를 매입 확장하여 오늘날의 꽃동산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토지주인이 선친의 묘소에 나무를 심던 마음을 되새겨 본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심었던 철쭉에서 피어난 하얗고 빨간 꽃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얀 철쭉꽃에서는 소박한 모시옷을 입고 환하게 웃고 계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을 것이다. 빨강 꽃에는 자신을 꼭 껴안고 안아주던 어머니의 사랑이 배어 있을지도 모른다. 꽃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영혼의 빛깔이란 생각이 든다.

꽃은 영혼의 빛깔이며 나무는 영혼의 따뜻한 그늘이다. 돌아가신 분과 살아있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대화의 창이며 영혼의 울림인 것이다. 올봄 황량한 사막에 나무를 심게 되었던 사연이 중국 전역에 널리 알려졌다. 어느 중국여성이 지난 2000년에 숨진 아들이 생전에 품었던 소원을 이루기 위해 12년 동안 사막에 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던 사연이 많은 감동을 일으켰다. 그녀는 지난 2004년부터 모래폭풍이 심한 네이멍구(내몽고) 자치구의 사막지대에 나무를 심어 왔고 결국 사막이 숲이 되는 기적을 이뤄냈다. 아마도 그 어머니는 사막에 뿌리내린 나무를 어루만지고 물을 주며 생전의 자식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오늘도 중국의 황사와 미세먼지로 시야가 뿌옇다. 지금껏 아무런 연관이 없었던 중국 사막의 모래먼지가 이곳에 영향을 미치듯이, 오늘 우리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지구 저편의 빙하를 녹이게 되는 세계적 동시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거꾸로 우리들의 자그마한 행동이 지구를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시공간에 와있다. 한중교류의 일환으로 중국 사막에 나무를 심는 청년들의 봉사활동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미래 숲을 위해 외교부, 산림청, 민간단체, 기업들도 적극 후원에 나서고 있다. 현재 관여하고 있는 코이카(해외봉사활동) 사업에서도 나무심기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건조한 사막에서도 근착이 용이하고 질긴 생장력을 키우는 분야도 시급히 연구해봐야겠다.

이런 질문이 있다고 하자. “당신은 나무 200그루가 띄엄띄엄 서 있는 것과, 나무 100그루가 모여 있는 숲 중에서 어떤 것을 가질 것인가?” 정답은 당연히 서로 떨어져 있는 200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100그루의 숲이다. 숲은 서로 기대고 뿌리를 같이하면서 서로 그늘이 되어주고 이끼와 수많은 유기물질을 만든다. 거기에는 버섯, 포자류, 나무씨앗이 자랄 수 있는 유기물질이 가득 찬다. 100그루 나무는 숲을 이룰 때 200그루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오늘 우리가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것은 오래전에 누군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장 지오노의「나무를 심은 사람」은 프랑스 엘제아르 부피에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그는 자기 땅도 아니고 누가 권유한 것도 아닌데 혼자서 나무를 심어 결국 아름다운 숲을 만들고 마을을 떠났던 사람이 다시 되돌아오게 하였다. 소설은 자신의 영화를 떠나 자연과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묵묵히 수행한 사람을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오늘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나무를 심으며 영혼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꽃동산의 꽃과 나무들은 속삭인다.

이귀재<전북대 생명공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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