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레인 "중년 펑크의 표본…노래가 화나 있죠"
노브레인 "중년 펑크의 표본…노래가 화나 있죠"
  • 연합뉴스
  • 승인 2016.04.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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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20주년 맞아 정규 7집…"나이 먹어도 세상에서 답을 못 찾아"

'골 때리던' 악동들이 철이 들었나 보다. 분노한 청년 폭도처럼 저돌적이던 이들이 젊음을 외치며 한바탕 파티를 하더니 꽤 어른스러워졌다. 계몽이나 선동 대신 현실에 렌즈를 들이대고 세상을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올해로 결성 20주년을 맞은 1세대 펑크록 밴드 노브레인(이성우, 정민준, 황현성, 정우용)의 음악 변천사다.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7집 '브레인리스'(Brainless)에 담긴 메시지는 나이 듦을 인정하듯 시야가 넓다. 나이 먹는 걸 감추고픈 본능도 있을 텐데 '우린 아직 젊다'고 억지 부리지도 않았다.

"노브레인 음악의 시즌3가 시작된 거죠. 7집은 또 한 번의 마침표를 찍고 다시 시작하는 앨범입니다."(이성우)

1집 '청년폭도맹진가'(2000년)에서 세상을 뒤집어엎을 청년 폭도를 자처하던 노브레인은 3.5집 '넌 내게 반했어'(2004년)부터 병풍탈출프로젝트 싱글 '소주한잔'(2013)까지 젊음과 청춘을 응원했다. 이번엔 중년의 문턱을 앞두고 자신들의 시야로 보는 세상을 노래한다. 감정의 필터링도 없고, 머리로 계산하지도 않은 이야기들이어서 되레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멤버들은 "7집은 중년 펑크의 표본"이라며 "앨범 주제는 '나이를 먹었는데도 답을 모르겠다'이다"라고 웃었다.

"우린 아직 젊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20대 친구들에게 큰 형님이 됐죠. 그러나 어른이라고 하기엔 철딱서니 없고, 아빠가 됐으니 어른 행세를 해야 할 것도 같고요. 어른과 젊은이 사이에 끼어 있으니 더 모르겠어요. 똑똑한 척도 해보고 젊음도 외치며 20년을 음악 했는데 어떻게 살아야할지, 사회부조리를 극복하는 방법이 뭔지 답을 못 찾겠더라고요."(황현성)

주제를 압축해 '브레인리스'란 제목을 붙였다. 멤버들은 "뇌가 없는(노브레인) 밴드이니 어울리지 않나"라며 '깔깔' 댔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간 앨범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둡다. 6집이 사운드가 묵직했다면 7집은 메시지에 무게감이 있다.

멤버들은 "수록곡 대부분이 화가 나 있어 미성년자 청취 불가곡들이 많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공감을 얻으려 한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쓰다 보니 대중과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아졌다고 한다.

관통하는 테마는 동명 인트로곡부터 치고 나온다.

보컬 이성우는 '언제쯤 나에게도 봄날이 찾아올지/ 청춘을 바쳐 기다렸지만/ 모진 시간은 나를 어른으로 만들고/ 이젠 돌아봐도 보이지 않네'라고 비장하게 외친다.

딱히 주제를 정하고 작업한 건 아닌데 6집 이후 살짝 나이 들어가며 다른 시각으로 느낀 걸 모았더니 수록곡들도 통일성을 띠게 됐다.

'빅 포니 쇼'에선 미디어에 나오는 게 정답이라 착각하며 살았지만 현실은 거짓 쇼였다는 메시지가 흐른다. '빅 포니'는 사기꾼이란 뜻의 영어 속어다.

정민준은 "미디어뿐 아니라 미디어를 믿는 우리도 바보 같다고, 미디어 뒤에 보이지 않는 세력도 비꼰다. 염세주의적인 노래"라고 소개했다.

멤버들이 7집에서 가장 빛날 노래로 꼽은 '엄마 난 이 세상이 무서워'도 세상 살기 짜증 난다는 듯 래퍼 제이통의 날카로운 랩이 사운드의 축을 이룬다. 6집에 담은 곡을 새롭게 편곡했다. 너바나처럼 내달리는 느낌의 원곡은 무겁고 날 선 랩 가사가 더해지며 새 노래가 됐다.

하드록 스타일의 '무슨 벼슬이냐' 역시 기성세대에 반하는 곡이다.

이성우는 "어렸을 때 학교에 다니며 좋은 기억이 없다. 재미가 없었다"며 "'졸업장 없으면 못 벌어 먹고산다'고 하는 선생님들, 오지랖 피우는 어르신들, 바르지 못한 기성세대에 일침을 가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정민준은 "기타 솔로에서 장발의 아저씨가 할리 데이비드슨을 타고 그랜드캐니언을 지나가는 걸 상상하며 연주했다"고 웃었다.

이 곡에 이어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며 다음 트랙 '아직도 긴 터널'로 넘어간다. 앨범에선 드물게 상큼하고 밝은 노래이다.

'원하는 게 많은데 간절한 게 없네/ 간절한 건 많은데 가능한 게 없네/ 가능한 건 많은데 하고 싶은 게 없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나이만 먹어가네~'('아직도 긴 터널' 중)

정민준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라며 "어떻게든 목표가 있어야 맞게 살아가는 걸 텐데, 그 목표점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타이틀곡은 앨범에서 유일하게 낙천적인 곡으로 골랐다. 황현성이 작사·작곡한 '내 가죽 잠바'로 가죽 잠바는 젊음의 자신감을 상징한다.

"록하면 떠오르는 게 가죽점퍼고 이 옷에 애정 있는 사람은 확실히 공감할 노래죠. 가죽점퍼를 입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자신감이 폭발하는 느낌이 있거든요."(이성우, 황현성)

올해가 20주년으로 크라잉넛과 함께 홍대 인디 음악계의 터줏대감인 노브레인은 이곳의 변화에 대한 아쉬움도 이야기했다. 이들은 20년 전 홍대를 상징하는 클럽 '드럭' 무대에서 첫발을 뗐다.

"화려해졌는데 예전의 화기애애한 느낌들이 사라졌죠. 여러 문화가 유입해 뒤섞이며 예전처럼 음악으로 빛나던 홍대가 아니게 됐어요. '홍대'는 음악이란 고유명사가 퇴색 하면서 침체한 것 같아요."(이성우, 정민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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