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모장’과 ‘로비오’를 꿈꾼다
전북에서 ‘모장’과 ‘로비오’를 꿈꾼다
  • 강현직
  • 승인 2016.04.2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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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초 전주에서 열린 ‘e스포츠 페스티벌’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수도권을 벗어나 처음으로 지역에서 열린 이번 페스티벌에 나흘 동안 유료 입장객 6천여명 등 1만4천여명의 게임마니아들이 생생하게 게임을 보고 즐겼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선수들은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놀랐고 관람객들은 수준 높은 경기를 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는데 만족하며 전북에서의 e스포츠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중국의 한 TV는 실시간 동시 접속자가 50만 명이 넘었으며 156개국에 중계돼 전북을 전 세계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e스포츠 확산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그동안 게임 산업에 대한 전북의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전북은 지난 한 해 ‘글로벌 게임센터’ ‘콘텐츠 코리아랩’ ‘지역스토리랩’ ‘웹툰 창작체험관’ ‘차세대 실감콘텐츠 제작 지원’ ‘기능성 게임 제작 지원’ 등 게임관련 국가사업을 유치하였으며 예산으로 따져도 300억 원이 훨씬 넘는 규모이다. 정부가 게임 산업을 문화융성의 주력분야로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전북에는 2000년대 후반 설립된 신생기업을 중심으로 20개가 넘는 게임관련 기업들이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3D리얼리티 게임을 개발한 한 기업은 대만 최대 게임업체와 수출 계약을 맺은 것을 비롯해 글로벌 퍼브리셔기업과도 서비스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올해 들어서는 중국 기업과 국내 최초로 한류 콘서트를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로 제작하는 50억 규모의 계약도 체결했다.

 캐릭터 테마파크인 캐릭토리움(charactorium)을 개발한 한 기업은 에버랜드에 캐릭토리움을 처음으로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스웨덴, 인도와도 50억 달러규모의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게임에는 개인이나 소규모 개발팀이 게임퍼블리셔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하는 인디게임(Indie Game)이 있다. 스웨덴 마르쿠스 페르손이 2009년 개발한 ‘마인크래프트’도 인디게임으로 세계게임개발자회의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았으며 게임업체 모장(Mojang)은 2조8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받고 MS사로 인수됐다. 또 핀란드 로비오의 ‘앵그리버드’는 2009년 출시하자마자 전 세계에서 30억 내려받기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누리며 세계 61개국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한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앵그리버드 캐릭터를 앞세워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진출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성공신화는 준비 없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 나라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육할 수 있는 독특한 제도들이 있다. 스웨덴의 ‘스투간(Stugan)’은 게임 개발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개발자들이 스톡홀름 외곽 농장에 모여 두 달간 합숙하며 집중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행사로 개발은 물론 ‘마임크래프트’를 탄생시킨 젠스베르겐스텐과 같은 쟁쟁한 크리에이터들을 직접 만나 경험을 나누고 강연을 듣기도 한다. 스투간을 착안한 사람은 로비오의 스톡홀름 책임자 오스카 부르만으로 실패했던 자신의 경험을 게임개발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시도하였다 한다. 핀란드에는 알토 대학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사우나’가 유명하다. 이곳에서 로비오와 슈퍼셀 등의 기업이 양성되었다.

 e스포츠 열기에 전북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듯이 우리 게임 기업들도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가 성공한 것처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전문 인력이 마음껏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지자체와 대학, 기업이 힘을 모아 인력을 키우며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제2의 ‘모장’, 제2의 ‘로비오’가 전북에서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강현직<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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