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을 보내며
4월을 보내며
  • 심형수
  • 승인 2016.04.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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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로 시작되는 엘리엇(T.S. Eliot)의 ‘황무지’라는 시가 생각나는 4월이 저물고 있다. 올해 4월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4.13 총선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선거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확보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개헌 가능선인 180석에 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널리 퍼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개표 결과는 야당이 분열된 상태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을 뿐더러 더민주당에게 제1당의 자리를 넘겨주고 호남에서는 국민의 당이 완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결과를 보고서야 뒤늦게 주류언론을 비롯한 지상파 티브이나 종편까지 모두 깜짝 놀라 박근혜 정권을 심판한 결과였다고 입을 모아 말하였지만, 그처럼 분명한 사실을 왜 미리 예측하지 못하였단 말인가?

 사실 대안언론 쪽에서는 이미 새누리당의 과반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자본이나 권력에 휘둘릴 가능성이 적은 대안언론은 일반 시민들의 정서와 팩트 규명에 더 근접해 있다. 일찍이 시민들의 작성 기사를 중심으로 꾸려온 오마이뉴스, 최근 파나마 페이퍼스 등으로 일반인들에게 더욱 친숙해진 뉴스타파,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비롯한 각종 팟캐스트 방송의 포털사이트라 할 수 있는 팟빵(www.podbbang.com), 한겨레와 제휴하고 있는 허핑턴 포스트, 그리고 각종 유명인의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 북에 이르기까지 대안언론으로 간주할 수 있는 매체들이 넘쳐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냉철한 분석력을 가진 분들의 탁월한 예측이 너무 많은 정보에 묻혀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집단지성의 힘이랄까 넘쳐나는 정보 가운데 주목할 만한 정보는 조횟수의 증가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이번 선거 결과의 예측과 관련해서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전 대구 카톨릭대 최상천 교수의 ‘더민주, 무조건 150석 넘는다.’ 라는 동영상과 함께 현재 이화여대 국제통상협력 연구소장인 조기숙 교수의 트위터 및 선거후 방송된 팟캐스트 ‘새가 날아든다 1462호’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예를 들 수 있다.

 우리 전북을 포함한 호남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제3당인 국민의 당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난 결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듯하다. 어차피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보자면 하위파트너의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호남의 입장에서는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국민의 당을 선택함으로써 그동안 미루어져 왔던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는 평가로부터 오랜 세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호남정신이 그릇된 정치인들의 선동에 휘둘려 훼손되어버린 결과로 나타났다는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국 최종 평가는 시간을 두고 확정될 것이지만 국민의 당으로서도 지속가능한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호남지역의 발전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형편인 것만은 분명하다.

 4월은 또한 유달리 대형 해난 사고가 자주 일어난 달이다. 유명한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에서 천안함과 세월호 등의 침몰사고가 4월에 발생하였다. 정부의 발표와는 별도로 아직 많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이번 4월 총선의 결과를 바탕으로 세월호 특별법의 개정 및 특조위 조사기간의 연장 등이 이루어져 모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사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그러고 보니 4월을 보내며 또 한 편의 詩가 생각난다.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 빛나는 꿈의 계절아 /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시인 박목월의 詩 ‘사월의 노래’ 마지막 부분이다.

 심형수<전라북도 서울장학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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