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로 간 정신보건법 강제입원조항
헌법재판소로 간 정신보건법 강제입원조항
  • 김형준
  • 승인 2016.04.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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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개봉한 영화 ‘날 보러 와요’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신병원으로의 강제입원뿐만 아니라 약물투여 및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는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에서 나온 내용이 극적인 면을 강조해 장기매매, 성추행 등 정신과치료에 대한 지나치게 부정적인 묘사를 담고 있어 문제는 있지만 현실에서도 ‘환자 본인의 의사에 반한 치료가 강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다. 환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보호자의 동의만으로 정신질환자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건 과연 타당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14일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등 위헌제청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하였다. 쟁점이 된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은 ‘정신의료기관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환자를 비자벌적으로 입원시킬 수 있으며 입원 등을 할 때 당해 보호의무자로부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입원 등의 동의서 및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정신보건법상의 이 조항이 과연 위헌인지 아닌지를 가리기 위한 법적 판단을 헌재에서 심리하고 있다고 한다. 1995년 제정된 정신보건법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개정을 거쳤지만 24조 비자발적 입원에 관련된 내용은 큰 틀에서 바뀌지 않았다. 이러한 법이 제정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처음 정신보건법이 만들어진 배경을 알아야 하는 데 사실 이 법이 제정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첫째가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인데 부랑인수용시설인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수 백명의 사람들을 수용하면서 강제노역, 폭행, 성추행들의 문제가 있었고 한 언론을 통해 실태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사건이다. 그런데 이곳에 수용된 부랑인의 상당수가 정신질환자였고 이들은 강제수용을 당하면서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사건은 1992년 있었던 여의도 광장 택시기사의 폭주사건이었다. 평소 중증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택시기사가 망상과 환청에 빠져 여의도 광장에 모인 사람을 향해 택시를 돌진 22명의 사람들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을 말한다. 정신질환들이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될 경우 가출하여 부랑인 되거나 또 정신질환이 자해 및 타해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인지한 정부가 서둘러 중증 정신질환자들을 방치 및 인권침해의 현장에서 이들을 치료 현장으로 보내 환자 스스로도 보호하고 사회안전도 확보하여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필요에 따라 정신보건법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좋은 취지의 법임에도 정신보건법의 비자발적 입원 조항은 왜 끊임없이 오히려 인권침해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중증 정신질환의 몇 가지 특성 때문이다. 첫째로 조현병, 조울병, 알콜중독같은 중증 정신질환자들은 스스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래서 스스로 치료받으려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헌법에는 자기 스스로 신체적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있다. 내가 병에 걸렸다고 해도 자신의 합리적인 판단으로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스스로 결정하면 그건 자신의 자유이고 이를 헌법에는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증 정신질환은 바로 이 판단능력에 병이 드는 것이고 판단력 상실이 주 증상인데 스스로 치료를 거부한다고 해도 방치하는 것이 과연 더 옳은 일인지가 문제인 것이다. 또한 치료를 포기해도 본인만 고통받는 일반 질환과 달리 중증 정신질환은 치료를 방치하면 자해, 자살뿐만 아니라 타해, 타살 그리고 재산상의 손실 등 심각한 결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비자발적 치료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일부 중증 정신질환은 치료 후에도 완전한 독립생활이 어렵고 타인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고 재발도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연히 가족의 경제적 물리적 부담이 매우 크고 그만큼 치료도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정신질환의 증상은 행동과 말로 나타나며 정확한 진단을 위한 영상촬영이나 검사결과 같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오로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상경험에 의한 판단에 의존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상당기간 밀접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보호자 즉, 가족의 절대적 도움이 필요한데 가족이 어떤 불순한 의도를 가지거나 또 가족의 경제적, 물리적 능력이 부족한 경우 치료가 목적이기보다는 다른 이유로 강제적 입원을 원할 수 있고 이것을 파악하고 진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의도 상당한 어려움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신보건법이 만들어지고 20년이 지났고 세상도 많이 바뀌었다. 분명히 과거의 기준으로 치료가 강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치료를 강제할 필요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번 헌재의 판결에 따라 정신보건법은 좀 더 진단방법을 강화하고 법적인 보완이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헌재의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해본다.

 김형준<신세계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부안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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