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물은 생활수준의 바로미터
안전한 물은 생활수준의 바로미터
  • 김진태
  • 승인 2016.04.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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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사이 일본과 에콰도르를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의 강진과 화산폭발로 인한 수천 명의 사상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 그리고 막대한 재산손실이 안타깝다. 대략 50년 주기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라는 해석도 있지만,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평생 일궈왔던 재산을 잃어버린 채 절망에 빠져 있는 멍한 모습의 이재민 모습을 보면서 예측불가한 자연현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혼란에 빠진 재해현장에서 필요 절실한 구호물품 가운데 물이 포함된다. 물론 식량도 빠질 수 없지만 우선 당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물이다. 일단 충분한 식수가 확보된다면 약간의 여유를 가진 채 구조활동을 하거나 허기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체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물이다. 주로 혈액과 세포액 등 액체성분이 약 70%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에 의해 우리의 건강상태가 변하게 된다. 끊임없이 섭취하는 영양성분과 물은 생명현상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생명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혈액이나 체액을 상당부분 상실하게 된다면 심각한 탈수현상을 일으키거나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평소 건강유지에도 물론 필요하다.

 생명현상의 복잡한 생리적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할 수 없지만, 지역과 인종을 막론하고 생명유지에 깨끗하고 충분한 양의 식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설명이 필요없다. 지난 20세기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자원전쟁의 양상이었다면 이제는 안전하고 충분한 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할 것이다. 중동에서의 식수를 둘러싼 국가간 갈등이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사막을 녹지로 바꾸기 위해 지하수를 개발하고 운반하기 위한 대수로 사업이나 중동국가들의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시설확충은 자국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는 판단에서 진행된 사업들이다.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는 말로 축복받은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했던 우리나라의 수자원은 상당히 풍부하다. 여전히 세계 평균 강우량을 상회하는 수자원을 바탕으로 선진국들의 수도요금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생활여건 향상을 위해 상수도 공급과 확대요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물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 물 절약 운동에 매우 소극적 모습을 보이는 이중적 현상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각 지자체들의 상수도관련 예산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노후화된 상수도관을 교체하여 누수율을 낮추고 유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체비용이 요구되지만, 현재의 저렴한 수도요금으로는 충분한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자체별로 수백㎞에 이르는 노후 상수도관을 적시에 교체하려면 수도요금 인상검토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가상승과 소비자 부담부분은 수혜자가 주민 당사자임을 이해시키고, 특히 미래세대인 우리의 자녀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상수도 공급혜택을 좀 더 향상시킬 수 있다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 해 수돗물 누수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는 약 6,059억원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해마다 누수율은 증가하고 유수율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갈수록 누적된다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전라북도의 수도요금은 전국에서 제일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의 2014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 수도요금은 톤당 667원인데 전라북도는 917원으로 250원 높았다. 생산원가는 톤당 1183.8원으로 전국 평균 876.5원보다 높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전라북도 평균 누수율은 22.1%로 전국 평균치 11.1%보다 높고 전라북도 평균 유수율은 68.2%로 전국 평균 83.7%보다 낮기 때문이다. 안전한 수돗물 공급에 더 많은 노력과 경비가 투입되면서도 20년 이상 노후된 수도관으로 줄줄이 새버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셈이다. 결국, 누수율 개선과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이용하려면 76.1%에 머물고 있는 수도요금 현실화율 변화가 필요하다.

 초고령화 시대에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위한 우수한 물은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공기, 물이라는 공공재와 더불어 안전한 먹을거리는 개인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활기차고 행복한 삶에 필요한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김진태<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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