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로봇 그리고 전북 문화예술 산업화
인공지능, 로봇 그리고 전북 문화예술 산업화
  • 임 환
  • 승인 2016.04.22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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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구글의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인류와 인공지능의 싸움이라는 세기적 이벤트였다. 대국이 최첨단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승리로 끝나면서 곳곳에서 ‘악~’ 하는 비명이 흘러나왔다. 이러다 미래 사회에서 인공지능이 인류를 대체하는 것 아닌가? 똑똑한 기계가 미래의 수많은 직장을 좌우하고, 전문직의 인간이 설 땅은 급속히 좁아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그럴싸하게 흘러 나왔다.

  그 이전에는 일본에서 유명한 후카다 코지 감독의 ‘사요나라(일본 작별인사)’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인간과 똑같이 생긴 로봇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방사능에 오염된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이 피난을 가지만 죽어가는 인간 옆에 로봇이 끝까지 지킨다는, 기계의 인간 대체화를 그렸다. 두 장면만 보면 인간을 위한 인간의 역할은 앞으로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분야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것이라면, 인간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인공지능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지만, 기계는 웃거나 슬퍼하지 않고 감탄사를 연발하거나 박수를 칠 수 없다. 고유의 알고리즘을 장착한 인공지능이 비록 더 많은 정보를 얻어 인간보다 훨씬 훌륭한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몰라도 아직까지 인간과 같이 오감(五感)을 느끼고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화할 경우 현재의 경제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시대까지 연속할 수 있는 해법이란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제아무리 똑똑해진다 해도 감성과 느낌을 세심하게 표현하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결코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림 그리는 기계, 작곡하는 인공지능을 상상한다 해도 결코 즐겁지 않은 이유다. 그럴싸한 논리야 기계화된 프로그램에서도 가능하다지만, 세심한 변화와 디테일한 감정의 기복은 인간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문화와 예술의 본고장이다. 문화 자원을 활용하고 예술의 전성시대를 다시 열어간다면 전북의 명성 회복은 물론 지역 청년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낙후의 대명사인 전북이 오히려 미래 사회의 주도적 역할로 치고 나갈 수도 있다. 유럽의 선진국들이 국력을 튼실히 다질 수 있었던 배경엔 ‘인간의 향수(鄕愁·nostalgia)’를 자극하는 문화예술을 관광산업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분야의 지방 일자리 창출은 아직도 블루오션이나 다름없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떻게 전북의 문화예술을 산업화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행정과 지역의 각계에서 의지만 갖고 몰입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문화예술이라는 말이다.

  전북은 창의적인 예술가와 기업인이 많다. 관련 산업 분야에서 새롭고 발전적인 패러다임을 구축한다면 다른 지역보다 앞서갈 수 있다. 한지와 한식이 있고, 세계를 주도하는 한류의 기반도 충분하다.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도 전북 전주에 본사를 두고 당당하게 세계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대국은 전북의 문화예술 산업화에 적잖은 과제를 남겨줬다. 일반적으로 산업화는 생산성의 증대, 분업화, 시장의 고도화를 바탕으로 제조 위주의 1차 산업에서 2차, 3차 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과 변화를 의미한다. 반면에 문화예술의 산업화는 제조업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대중성이라는 큰 명제로 집약할 수 있고, 인공지능이 보다 가깝게 다가올 미래 시대의 유일한 대항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활성화의 당위도 충분하다. 다행히 전북도는 문화예술의 산업화에 큰 관심을 두고, 나아가 관광산업과도 연계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주시도 문화특별시를 지향하면서 문화 수도로 거듭나기 위한 구상에 들어가 관심이 되고 있다. 지자체와 문화예술계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길 기대하는 까닭이다.

 임환<전북도민일보 전무이사·문화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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