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출생 원광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졸업. 재학중 『원광문화』 시부문 문학상에 「고사목」으로 대상을 받고. 1976년 호남중학교 교사를 거쳐, 1980년부터 부안여고 교사로 근무하다 정년퇴임함. 전북작가회의 동인으로 활동, 첫 시집 『무거워라 우리들 사랑』(1989) 외 2권이 있으며, 그리움과 기다림이라는 한국적 여인의 정조와 감성을 바탕으로 순수 서정의 인간애로 맑은 영혼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전나무 숲 푸른 이끼로 오시나요
결 고운 숨소리로 오시나요
연두빛 목마른 사월
차오르는 샘물로 오시나요
청련암 대숲에 이는
차고 싱싱한
바람 소리로 오시나요
능가산 지네 바위에 올라보면
죽도 앞 바다
아침을 물 밀어가는 몇 척의 고깃배
그리움 되어 떠나가면
섬 하나 팔 베개하고
안개 속으로 눕는데
∼
상한 갈비뼈
마디 마디 구멍을 뚫어
내가 부는 밤하늘
피리 소리로 오시나요
나의 님
- 「내소사 연가」 일부
내소사를 찾아 ‘밤 하늘/ 피리소리’처럼 ‘나의 님’을 부르고 있다. ‘목마른 사월 /차오르는 샘물’같고, 여름날 ‘대 숲에 이는∼바람’ 같은 그런 ‘님’, 하지만 그의 시적 공간에는, ‘몇 척의 고깃배- 떠나가고’ ‘섬하나 - 팔베개하고/ 안개 속으로 (돌아) 눕는’ 적막과 ‘상한 갈비뼈/ 마디마디에 구멍을 뚫어’ 피리를 부는 인종과 기다림의 여인만이 서 있을 뿐이다.
그런 젊은 날의 세월을 지나 시인은 이제 ‘강물이 흐를수록 깊어지고/ 돌은 깎일수록 고와지듯∼겨울 강을 보며/ 한 포기 지란을/ 기르는 마음으로’(「겨울 강가에서」) ‘어느 유역을 돌아/ 날개 죽지 묻혀 온/ 새벽이슬 방울 털고∼한 마리 새가 되’(「산다화」)어 하늘을 날고 있다.
그대 비로소
비어서 아름답구나
거두어 돌아가는 자의 뒷모습이
풍경 속에서 빛이 되고
북녘으로 날아가는 새들의 노래마저
지평선 노을 길에 종소리로 뿌려진다.
∼
내 홀로 세월의 마디마다
찾아서 헤매던 땅
이렇게 줄 것을 다 주어 버려서
이제는 바람 한 점 걸릴 곳 없는
적막의 황혼
내 자유의 황야
- 「빈들」 일부
‘시는 나를 언제나 살게 하는 힘! 나를 지탱시켜주는 버팀목이면서 또한 내 영혼을 정화시켜주는 금강석이다. 그러기에 차가우면서도 따뜻하고, 지적이면서도 정감어린, 깊고 넓은 무게와 사랑이 담긴 시를 쓰고 싶다’(2010년 <원광문학상> 수상 소감)며 ‘내 님’을 찾아 그리도 헤매던 시인이었다.
그러나 근자에 들어 ‘이렇게 줄 것을 다 주어 버려서/ 이제는 바람 한 점 걸릴 곳 없는/ 적막의 황혼’에서 그의 ‘자유’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곳 또한 다다라보니 원시 그대로의 ‘황야’, 그 반본환원의 세계에서 ‘비로소’ 또 다른 그의 길을 찾아 남은 생(生)을 아름다이 조율하고 있다. (김동수: 시인, 백제예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