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의 교훈
오만의 교훈
  • 김동근
  • 승인 2016.04.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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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했던 4.13 총선도 끝났다. 선거는 모든 출마자가 이길 수 없는 무대이다. 승자의 환희와 패자의 낙담이 교차한다. 총선에서 낙선한 패자는 4년 후를 기약할 것이고, 당선된 승자는 4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총선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선거전 여론조사에서는 야권의 분열로 거대 여당의 출현이 예측되었지만, 투표 결과는 반대로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되었고 제3의 원내 교섭단체가 탄생했다. 그리고 수십년 동안 지속되었던 견고한 지역구도가 일정 부분 깨졌다. 우리 지역에서도 19대 때에는 더불어 민주당이 전승했지만 20대에서는 국민의당 7석, 더불어 민주당 2석, 새누리당 1석 등 여야 3당이 골고루 의석수를 나누어 가졌다.

 20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5월 30일부터 시작된다.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 제시하였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4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누구나 국민이나 지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되려고 하나 쉽지 않는 일이다.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 공자의 제자인 자하가 거보의 읍장이 되어 공자에게 정치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물었다. 공자는 자하에게 “무욕속(無欲速) 무견소리(無見小利)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 견소리즉대사불성(見小利則大事不成)”이라 답하였다. 즉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 하지 말거라. 서두르면 달성할 수 없고, 작은 이익에 집착하면 큰일을 이룩할 수 없다”고 했다.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에 당선된 지도자들이 임기 중 업적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일을 서두른다면 정작 해야 할 큰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어떤 일이든지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짧은 시일 내에 효과가 나타나거나 해결된다는 것은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속임수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성과에 집착하여 너무 빨리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조바심을 내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이다.

 또 작은 이익에 사로잡혀 그에 휘둘리면 더 큰 것을 잃게 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진나라 혜왕이 촉나라를 멸망시킨 계략에서 유래한다. 혜왕은 촉나라 제후가 욕심이 많은 것을 알고 돌로 소를 만든 후 꽁무니 쪽에 금을 뿌려 놓고 ‘금 똥을 누는 소’라고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문을 들은 촉나라 제후는 이 소를 갖고 싶어 진나라와 협상을 하였고 혜왕은 화친의 예물로 소를 헌상하였다. 촉나라 제후는 진나라의 계략일지도 모른다는 신하들의 간언을 무시한 채 문무백관을 대동하고 사신단을 맞이하였다가 사신단을 뒤따르던 진나라 병사들에게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촉나라는 멸망하였고 보석의 소는 촉나라의 치욕의 상징으로 남았다. 이러한 예는 1867년 제정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미국에 매각한 사건에서도 볼 수 있다. 후진 농업국이었던 러시아는 크림전쟁의 패배로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차르 알렉산드로 2세 황제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한반도의 7배에 해당하는 알래스카를 720만불에 매각하였다. 그 당시에는 러시아가 얼음땅에 불과한 알래스카를 미국에 잘 팔았다고 생각하였으나 수십년 후 얼음땅에 불과하였던 알래스카가 보물창고로 거듭나 미국 역사상 최대의 이익을 남긴 매매로 기록되었다.

 정치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국민이나 지역민을 기쁘게 하고 타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지역으로 오게 만드는 것이다. 국민이나 지역민을 기쁘게 하려면 국민이나 지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국민이나 지역민들의 소소한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정치지도자는 거만이나 오만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거만은 행동거지와 표정이 상대의 기분을 건드릴 정도로 지나치게 거들먹거릴 때 쓴다. 오만은 거만함의 수준을 넘어서 공손하지 못하고 남을 업신여긴다는 의미이다. 이번 선거에서 많은 의석을 잃은 정당의 지도자는 자신들의 오만함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후회한 바 있다.

 벌써부터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거만과 오만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임기 내 성과에 집착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앞세우고 있다는 증거이다. “무슨 일이든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너무 밝히지 마라”는 무욕속(無欲速) 무견소리(無見小利)의 이치를 가슴 깊이 세길 때이다.

 김 동 근 /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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