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민은 정치를 불신하는가
왜 국민은 정치를 불신하는가
  • 이한교
  • 승인 2016.04.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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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관련 TV 뉴스나 신문을 보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마 그중의 하나가 정치에 대한 불신과 편집자의 사고에 길들여지므로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일 것이다. 사실 드라마에 대한 중독처럼 하루 3, 4시간씩 뉴스를 시청하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시청할 수 없는 사람은 틈틈이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지만, 아예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 관련 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거나 TV를 꺼버리는데, 그 이유가 정치 지도자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짜증이 나고 지겹다는 것이다. 늘 싸우고, 모략하고, 거짓말하고, 현안의 중요성보다는 당리당략에 행동하는 아바타 집단 같다는 것이다. 자기만 살겠다고 이합집산을 밥 먹듯 하고,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신의나 정의도 없고 소신까지 여의도로 입성하기 전 반납하고 들어와 오직 당에만 충성하는 그들을 보면 화가 난다는 것이다. 모든 행위를 정치생명 연장선으로 연결해 놓고 꼭두각시처럼 춤추는 꼴을 왜 봐야 하냐는 것이다.

 사실 19대 국회는 서로 싸우기만 하다가 세월을 보냈다. 물론 시작할 때는 상생의 정치를 운운하며 민생해결에 몸을 던지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20대 국회가 시작도 하기 전 더 심해질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로 후보자 중 전과자가 19대 20%, 20대 40.57%나 되고, 6명 중 1명이 병역 면제자이며, 선거사범은 32%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19대 총선 때보다 훨씬 과열됐고, 혼탁한 상태로 총선이 치러졌음을 의미한다. 현재 검찰은 당선인 가운데 1명을 기소하고, 5명은 불기소 처분했고, 98명은 수사 중이라고 하니 불똥이 어디로 번질지 모르는 가운데 벌써 보궐 선거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필자 생각에도 대선까지 겹쳐 20대 국회는 중요 민생 현안을 볼모로 잡고 벼랑 끝까지 밀고 가다가 자신의 정당 이익에 따라 배를 산으로 몰고 갈 것 같다.

 이처럼 한국 정치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마치 막장을 보는 듯한 정치는 이미 썩어 그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 이대로 간다면 국민이 반대하고 원치 않아도 공멸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국회의원 선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해 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초심을 잃어버리고 우쭐대지 말아야 한다. 알고 보면 잘나서 선택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때마다 각성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유권자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끝까지 침묵을 지키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전 유권자의 42%나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8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사전투표제까지 들이댔지만, 그들은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222억 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해 사전투표를 7일로 연장하자고 주장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니 한참 잘못된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할 바엔 차라리 투표일을 지정하지 말고, 투표함을 들고 집과 직장으로 직접 찾아다니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러면 총선 경비(20대 총선예산 3,270억)의 일부가 절약될 것이다. 또,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다.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66억 원이나 들여 무리하게 미리 당락을 예측하려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 투표는 끝났고 결정된 결과를 좀 더 빨리 안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말이다. 한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국민을 볼모로 붙들어 놓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보도란 신속성이 생명이라지만 좀 느긋하게 지켜볼 수는 없는가 말이다. 매년 정확한 결과를 맞히지도 못하면서 모든 방송사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선거결과만을 놓고 설왕설래 설레발치듯 요란을 떠는 이유가 무엇인가. 필자가 보기엔 낙선한 후보에게 대못을 박고, 당선자의 존재가치를 하늘 끝까지 치켜세우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너무 잔인하고 지나치다. 결과적으로 당선자를 우월감에 사로잡히게 하고, 나라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력자로 착각하게 하는 요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호감을 가지고 축하해주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대변자이기 때문에 그만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지금까지의 그들이 국민에게 보여준 행태를 보면 엄청난 시간과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시간이 많다. 겨우 300명의 국회의원을 선택하면서 나라가 온통 선거에 매달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얼마든지 조용하고 차분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그러지 않는가 싶어 씁쓸하다. 물론 그들이 국민을 위하고 일꾼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면 꽃가마라도 태워주고 싶은 게 국민의 마음일 것이다. 감히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타협정치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그래도 참고 소신으로 당리당략을 떠나서 국민을 위해 국가이익이 우선하는 정치를 부탁한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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