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제2주기를 추모하며…
세월호참사 제2주기를 추모하며…
  • 이윤영
  • 승인 2016.04.18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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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좋지 않은 기억들을 지우고 싶어 한다. 특히 그 어떤 큰 사고에 관한 기억들은 애써 잊으려 한다. 그러나 잊으려고 지우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생각나고 가슴 아픈 그런 기억들도 있다. 그 잊지 못할 아니 잊어서는 아니 될 우리들의 슬픈 기억 세월호 참사가 2년 세월로 훌쩍 다가왔다. 304인의 꽃다운 청춘을 아픈 가슴으로 보내며 불면의 밤을 지새워야 했던 기억으로, 사람의 생명을 하늘의 생명으로 여기는 동학 천도교 실천단체<동학민족통일회, 천도교청년회, 천도교한울연대, 동학혁명기념관>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의 내용으로 추모의 글을 대신하고자 한다.

 우리 안에서 장생하는 세월호를 기억하며… 4.16 제2주기 추모 성명서

 다시 4.16이다. 이즈음이 봄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죽은 듯이 돌아누웠던 저 산과 들, 마을마다 하얗게, 노랗게, 진분홍빛으로 피어오르는 목련화와 개나리와 진달래, 분분히 날리는 벚꽃 잎을 지나 연초록으로 되살아나는 나뭇잎과 풀잎들을 보라. 모든 죽은 것들을 반드시 되살아나게 마련이다. 우리가 잊지 않는 한(永世不忘) 세월호의 안과 밖에서 가라앉은 모든 생명들은 반드시 다시 떠오른다. 우리 안에서 영원히 장생한다.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오늘은 4.16이다. 마지막 한 사람은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았던 대한민국을 되살려오는 중이다. 부조리하고 부정의 하며 몰인정하고 몰상식한 낡은 한국사회를 툭툭 털어버리고, 바르고 밝고 착하고 의로운 얼굴로 돌아오는 중이다. 진실과 함께, 존엄과 함께 오는 중이다. 아름다운 저항과 눈물, 정의로운 순례와 연대와 함께 돌아오는 중이다. 그가 우리 안에서 환하게 웃는 그날까지 우리의 날들은 오늘도 4.16이다. 4.16은 더이상 죽음이 아니다. 4.16은 더이상 팽목항, 진도 앞바다만이 아니다. 저 안산에서, 저 광화문에서, 저 거리에서, 저 국토 마다마다, 저 나뭇가지, 저 풀들과 돌멩이까지, 저 하늘의 구름 한 조각이, 비와 이슬이 모두가 4.16이다. 흔들리는 것들, 박해받는 것들 모두가 4.16이다. 세월호다. 304인이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빛으로 살아나고 있다. 마른 눈물 자국을 지우는 또 다른 눈물 너머, 우리는 웃고 있다. 우리는 살아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잊지 않는다는 것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저들만의 성을 쌓으며 또 다른 세월호를 건조하는, 또 다른 은폐와 거짓과 죽음을 모의하는 세력들과 싸운다는 것이다. 날마다 우리 안에 내려앉아 쌓이기를 거듭하는 무기력과 무관심을 쓸어버린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 아이들이 맨발로 부드러운 흙을 밟고, 풀을 밟고 뛰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날들을,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오늘, 730일째 4.16에 즈음하여, 다시금 우리는 잊지 않기로 다짐한다. 잊지 않는 한, 떠나간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 그들이 다시는 떠나가지 않도록, 지금도 이 사회 곳곳에서, 이 세계 곳곳에서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는 이들과 더불어 행동할 것이다. 우리는 생명의 존엄이야말로 모든 가치에 우선한 것임을 다시 한 번 모든 시민들과 더불어 확인하고, 정의롭게 연대하며 수호해 나갈 것이다. 세월호 사태와 사회적 재난의 책임자와 그 진실을 끝까지 규명하고 정당한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사회적 실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의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이 치유되도록 상부상조할 것이며, 모든 역사 기록들은 영구히 보존되고 널리 보급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세월호 시대의 사람들이다. 사회와 국가의 제도와 정책, 정치와 경제의 구조와 문화가 평화롭고 정의로워지는 그날까지 우리는 잊지 않고 싸워나갈 것이다.

 이윤영<동학혁명(백주년)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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