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도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야당도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 이정덕
  • 승인 2016.04.17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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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었다. 집권당에 대한 분노로 비호남권에서는 더민주당을 지지했고, 더민주당에 대한 분노로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왜 이렇게 분노가 쌓였을까? 가장 커다란 이유는 계속 삶이 팍팍해지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이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정부와 여당은 계속 실정과 계파싸움만 하고 있고, 더민주당도 제대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핵심적인 분노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것이다. 계속되는 힘든 경제생활, 박근혜 대통령의 지속적인 공약후퇴, 세월호 참사 및 무능한 대처, 무능한 메르스 대처,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일방적 강행, 한일 위안부 졸속 협상, 파탄난 남북관계, 사드 등 불안한 중미외교, 권력기관과 주류 언론들의 공정성에서 벗어난 행태, 새누리당의 엉터리 공천 등에 대한 분노가 참다못해 폭발한 것이다. 특히 20, 30세대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여 정권을 심판하는 표를 던졌고, 40대도 여권에서 상당히 이탈하여 심판론으로 돌아섰다.

 이번 총선투표율은 58%로 19대 총선보다 3.8% 높아졌는데 이들 표는 거의 여당을 응징하기 위해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정권에 실망하여 야당을 찍으러 추가투표자들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전통 강세지역인 경상도의 투표율이 낮아진 것은 정권에 실망한 투표자들이 기권했기 때문이다.

 야당분열로 야당이 크게 패할 것이라는 보도가 계속되면서 수도권에서 야당표들이 극적으로 더민주에 결집했고 여당이 압승하리라는 예측과 여당의 볼썽사나운 공천과정이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던 여당 지지층을 쉽게 투표를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지난 선거보다 늘어난 투표자들은 수도권에서는 더민주후보를 찍었고 정당투표에서는 국민의당을 찍었다. 새누리당을 찍은 투표자의 11% 정도가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찍었다.

 호남에서의 더민주당의 몰락과 전국적인 정당투표에서 더민주당 후보를 찍은 표의 21%가 국민의당을 찍은 것은 더민주당에 대한 불만도 크기 때문에 나타났다. 이를 고려하면 국민의당의 표는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 때문에 나타난 것이지 안철수 개인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즉, 무언가 기존 기득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이번에 그 표가 호남 외에서는 더민주당으로,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으로 간 것이다. 이러한 불만에 기반하여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의 선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즉, 자신들이 무엇을 잘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잘못해서 얻은 반사이익이다. 더군다나 국민의당이 호남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호남의 유력 정치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기득권을 비판하는 것처럼 재포장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즉,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잘해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실정에 대한 반대표가 모여서 여소야대를 이룩한 것이다.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은 국민들이 가지는 분노를 제대로 파악하여 반영하지 못하면 훅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즉, 조금만 삐끗하면 지지는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제3당으로 여야의 사이에서 곡예를 해야 하는 국민의당은 더욱 그렇다. 국민의 바람을 정확히 파악하고 국민들에게 더 좋은 사회에서 살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정당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현재 야당을 찍은 표들이 원하는 바는 더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대선후보를 질서있게 선출하여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다. 야당들이 대선후보를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을 계속할 때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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