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 김남규
  • 승인 2016.04.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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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결과가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형성된 것이다. 선거전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붕괴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여론조사에서도 그러한 증후는 없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예상과 달리 123석으로 제1당이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국민의 준엄한 심판은 권력의 심장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웠고 공천 파행 역시 박대통령을 둘러싼 친박계의 오만한 독주의 결과이다. 박근혜정부의 경제 파행은 물론이고 이러한 권력의 오만함을 국민이 표로 심판한 것이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이제까지의 모습을 보면 국회와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국민위에 권력 없다’는 말을 정부와 여당은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참으로 절묘한 선택을 했다. 수도권에서 당선 가능한 야권후보를 선택하고 정당투표는 교차투표를 함으로써 권력을 견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했다고 자만할 일이 아니다. 좋아서 찍은 것이 아니다. 싫은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선택한 결과이다. 권력의 오만함과 무능함을 한 번에 심판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호남에서의 승리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크다. 국민의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로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제든지 호남민심은 권력의 독주와 오만함을 심판할 것이다.

 전북지역 총선 결과 총 10석 중 국민의당이 일곱석, 더불어민주당이 두석, 새누리당이 한석을 차지하였다. 선거 결과로만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완패, 국민의당의 승리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완패는 맞지만 국민의당의 승리이라고 볼 수 있을까? 바람의 진원지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표에 대한 불만이었지 국민의당을 향한 따뜻한 봄바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으로서의 역할과 정체성을 보여줄 때, 정권교체의 비전을 보여줄 때 비로소 승리의 의미를 부여받을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면이 달라질 것이다. 제대로 된 야당의 역할과 전북정치의 존재감을 되찾는 일이 국민의당에 부여 되었다. 도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인물과 정책 검증이 실종되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공천이 늦어진 탓에 준비가 안 된 선거를 급하게 치른 셈이다. 당을 넘나든 신선하지 않은 후보들과 자치단체장 공약을 베끼다시피 한 공약으로 후보 검증과 정책검증이 무의미한 지경이었다. 상식 밖의 선거였다. 그럼에도, 민심은 날카로웠다. 오랫동안 권력을 누려온 무능한 정치집단을 심판한 것이다. 비로소 지역정치의 다양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 선거로 영남지역의 지역정치 구도에 변화가 일어났듯이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의 당선 역시 우리지역 정치구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남고 지역 주민은 지지자와 반대자로 몸살을 앓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약속하고도 반대로 나아갔다. 박대통령의 가장 큰 실책을 꼽으라면 바로 국민을 편 가르고 갈등과 반목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깨끗하게 승복하고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치유함으로써 지역발전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지역을 좀 더 크게 품는 정치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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