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스토리를 만들어주자!
학생들에게 스토리를 만들어주자!
  • 임희종
  • 승인 2016.04.14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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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직업군 중에서 없어질 직종으로 교사가 거론되곤 한다. 이는 온라인 상에 수없이 많은 학습 정보들이 떠돌아다니고 클릭만 하면 얼마든지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하여 적당한 금액만 지불하면 고급 정보, 양질의 강의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이런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교사들의 설 자리는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단순히 암기 위주의 지식 정보가 아니라면 학생들의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는 현장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관계 속에서이다. 인격과 인격이 맞부딪치며 일어나는 깨달음이 진정한 배움일 터이니까.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한 인격적 만남, 학생끼리 서로 만남과 대화를 통한 배움, 대사회적 관심을 갖고 이 지구촌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발돋움하는 장은 학교가 중심일 수밖에 없고 그 중심에 교사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동안 은행적금식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많이 제공해주면 이를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 자신의 삶을 얼마든지 잘 살아갈 것으로 믿어왔다. 지식 정보를 많이 가진 자들이 소수이고, 그들의 지식정보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될 때는 지식을 독점한 자들에 의해 공급될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 모두 다 안다는 것도 불가능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이 쌍방향성 중심으로 변화되었고, 개개인의 관점과 견해가 중요시되는 시대다. 창의성이란 새롭고 독특한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과 지식, 정보를 통합, 분해, 연결, 재해석, 분리하여 새로운 관점의 해결책을 내놓는 과정’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창의성은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능력’이다.

이러한 과정을 만드는 일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이다. 수업을 통해 교사와 학생 간 가르침과 배움이 만들어지고 인격적인 관계가 만들어진다. 학교 붕괴소식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수업하는 교사와 학생, 담임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아직도 유효하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역량을 길러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일, 이것이 오늘날 교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우리 학교 교차질의식(CEDA) 토론수업의 예이다. 제시한 논제에 대해 옹호팀과 비판팀이 정해지고, 입론과 교차조사를 거듭하면서 쟁점을 보는 학생 개개인의 견해가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상대의 주장을 조목조목 논박하는 가운데 자신의 논리가 바로 세워지고, 부족한 부분은 팀원들이 보완해주는 것을 통해 자신이 빠뜨렸던 생각을 보완하게 된다. 이렇게 토론 절차 3라운드가 끝나면, 상대팀의 잘한 점과 보완할 점 한 가지씩을 개별적으로 찾아줌으로써 해당 학생 스스로 자신의 장점 강화와 단점 보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교사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시간당 학생 개개인의 스토리를 재구성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정리하여 학생부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록되면 그 학생만의 스토리가 될 수 있다.

우리 학교는 학생회 회장과 부회장 선거를 학생들의 직접 투표로 치른다. 회장단이 구성되면 각 부장 인선에 들어가게 된다. 부장 선임은 경쟁이 치열하다. 응모한 학생들은 심층 면접을 통해 철저하게 검증한 후 인선한다. 인선이 끝나면 학생회 임원수련회를 통해 각 부서별 사업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 적절성을 검토한 후 활동을 수행한다.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연말에 반성회를 통해 점검한다. 각각 학생들의 활동은 인성부장이 가장 잘 알므로 이 학생들의 스토리를 정리하여 담임교사에게 제공해 준다.

진로진학부장은 학생들에게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저녁 늦게까지 학생들과 진로를 고민하며 그들의 스토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상담 자료를 담임교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꿈을 잡(job)자’ 진로진학캠프는 우리 학교만의 특허 프로그램이다. 학생이 지망하는 직업군의 현직 인사와 중간단계인 현재 대학에 다니는 학과 선배와의 만남과 대화는 학생들의 미래 자화상을 그리기에 적절하게 작용하고 있다.

올해는 동문 선배들이 1학년 전체 재학생들과 일대일 멘토-멘티 결연을 맺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각각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추천을 받은 우수 직업군에 속한 동문 선배와 자기 진로와 맞는 학생들을 연결해 준다. 이 일을 담당하는 교사를 임명하여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올바르게 자라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 그 ‘실패를 바탕으로 이뤄내는 성공’을 만들어주는 환경, 그러기 위해서는 뼈아픈 실패를 들어주고 관용하는 교사, 존귀한 학교, 명예로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전주신흥고등학교 임희종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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