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반란 - 노인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시급하다
황혼의 반란 - 노인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시급하다
  • 김동수
  • 승인 2016.04.14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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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3. 백봉기

  ‘황혼의 반란’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소설 <나무>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프랑스에서 노인 부양에 견디다 못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인은 일도 안 하면서 밥만 축낸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다. TV에 출연한 정치인과 학자들도 노인들 때문에 국가재정적자가 증가하고, 병원에서 노인들에게 너무 쉽게 약을 처방한다고 비난한다.
 
  식당에는 ‘70세 이상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걸리고, 80세 이상에게는 약과 치료비 지급을 제한하며, 100세 이후는 모든 의료서비스를 금지시킨다. 더 나아가 젊은이로 구성된 체포조가 있어 자식들이 부모를 버리는 순간 노인들을 붙잡아 안락사 시킨다. 70대의 프레드 부부는 자신을 잡으러온 기관원들의 버스를 훔쳐 타고 여러 노인들과 함께 산으로 도망간다. 

  그리고 산속에서 게릴라전을 펼치지만 결국 숲속에 바이러스를 뿌린 진압군에게 항복하게 된다. 마지막 순간, 자신을 안락사 시키는 젊은이에게 “너도 언젠가는 늙을 것이다.”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죽는다. 참으로 씁쓸한 결말이다. 현대판 고려장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현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에는 노인의 인구가 20%가 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되고, 2036년에는 49%로 높아질 전망이다. 2명의 젊은이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지금도 곳곳에서 ‘황혼의 반란’ 같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몸을 가누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쫓겨 요양원으로 떠밀리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노인병으로 지급되는 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36%를 차지하고, 매년 70%씩 가파르게 급상승하고 있다. 소설에서처럼 국민건강보험이 바닥났다며 언젠가는 의료비 지급이 제한되고, 멀지 않아 안락사가 허용될지 모른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식당과 공공시설 출입이 금지될지도 모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독거노인은 114만 명, 500만 어르신 중 20%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독거노인은 자녀나 친지와의 교류가 없이 고립되고, 대부분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서 전혀 생활능력이 없다. 단순한 인구증가로 인한 노령화 문제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하여 파생되는 문제들이 한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나라마다 노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정년퇴임 나이를 높이는가 하면 일정 직업군에서는 노인채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풍부한 경륜을 가진 노인들의 두뇌를 새로운 지식창조와 생산 활동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은 소비계층이고 젊은이는 생산계층이라는 등식을 깨고, 노인을 미래사회의 큰 가치로 보는 관점의 변화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미래판 고려장을 걱정하는 지금의 문제를 푸는 열쇠가 아닐까 싶다. 

  <약력> - 전북 군산 출생
 - 2010년 <한국산문> 등단
 - 2011년 한국미래문화상 문학부분 수상
 - 수필집 ≪여자가 밥을 살 때까지≫, ≪탁류의 혼을 불러≫, ≪팔짱녀≫
 - 전북문인협회원, <온글문학>회장, <미당문학회> 이사
 - 현)전북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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