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은 손가락이 자랑스럽도록 하자
찍은 손가락이 자랑스럽도록 하자
  • 안 도
  • 승인 2016.04.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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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정치인이 원내대표 사퇴를 하면서 다른 말은 한마디도 없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 1조 2항을 읊었다. 그는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공천도 받지 못하고 정치의 낭아가 되었다. 나는 이를 보고 요즈음 ‘대한민국은 과연 민주공화국인가?’를 자문해 본다. 권력을 쥔 한 사람의 뜻이 신의 뜻이 되고 그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현실을 볼 때, 난 내가 과연 민주 공화국에서 사는 사람인가를 재음미해 본다.

 민주공화국 국민들은 모두 참정권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국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즉 대통령, 국회의원 등을 뽑는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 국회의원 등이 될 수 있은 권리, 그리고 국가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기 위한 국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요즈음 바로 우리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을 뽑는 참정권을 행사할 기회가 왔다. 하지만, 불행이도 4년 전 우리가 찍었던 국회의원들의 소속 정당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새로 만든 정당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오랜 정당정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은 온갖 질곡에도 불구하고 공화당-민주당, 보수당-노동당이란 당명을 100여 년 넘게 갖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번 선거는 재미가 있다. 그것은 여야 모두가 총선의 공천과정 잡음으로 인해 고정 지지층이 두터웠던 지역에서도 기존 지지정당에 대한 불만이 크게 고조되고 제3세력으로 발돋움하려는 정당까지 나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정치가 이러다 보니 총선을 앞둔 우리 유권자들의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야말로 차갑다 못해 냉소주의적이다. 그렇다고 우리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구조는 정치인데 냉소주의에 젖어 마냥 무시할 수는 없고 국민으로서 찾아야 할 권리와 의무는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 비난만 한다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지지하는 정당이 어느 정당이건 “국민들의 힘”은 기본적으로 투표에서 발휘된다. 그러니 “국민의 진정한 힘”을 통해 조금씩 변화되는 정치를 만들어 보자. 과연 어떤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 어떤 매체에서는 후보선택기준에 대해 “후보의 자질”과 자질 중에서 “도덕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유권자가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을 판단하기는 매우 모호하다. 따라서 측정 불가능한 덕목은 올바른 선택기준이 될 수 없다. 그러면 적합한 선택기준은 과연 없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국회의원의 직무가 무엇인지에 있다. 국회의원은 국가의 안위와 사회질서, 국민의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입법이 본분이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의 자질은 체력과 두꺼운 얼굴이었다. 1년 내내 잘 먹어서 기른 체력으로 연말 예산안 통과 때 거칠게 몸싸움, 멱살잡이만 잘하면 된다. 매달 넉넉한 세비에다 기사와 더불어 자가용도 나온다. 철도 공짜, 공항 무사통과 등 온갖 혜택이 수백 가지다. “국민의 뜻에 따라”란 말로 컴백하여 국회에선 꾸벅꾸벅 졸거나 아예 참석도 안하다가 이때다 싶으면 재빠르게 사진 찍히는 게 주요업무 같다. 그러고도 유권자만 만나면 온몸의 세포 마디마디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는 것처럼 애국심을 주장하고, 공정사회와 민주주의를 노래하지만, 사실은 지독하다 못해 파렴치한 이기주의자가 많았다.

 문득 경향신문 어느 기자가 쓴 ‘국회의원과 마누라의 공통점’이란 유머가 생각난다. 내가 뽑았지만 별로 맘에 안 든다, 하는 일은 없는 것 같은데 굉장히 바쁜 척한다, 헤어지려고 해도 과정이 복잡하다, 말로는 당할 재간이 없다, 자기가 굉장히 사랑받는 줄 안다. 그런데 이들은 선거 때만 되면 신기루와 마약 같은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유혹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찍어 놓고도 찍은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찍은 손가락이 자랑스럽도록 찍다. 선거의 목전에서는 머리를 조아리다가도 일단 되고 나면 군림을 하는 정치인들은 뽑지 말자. 후보자들의 그간 업적과 발자취를 면밀히 살펴보고 애당초부터 싹수가 있는 선량들을 뽑아야 한다. 절대로 이름보고 찍지 말고 여태껏 속을 만큼 속았으니 당보고도 찍지 말자. 확실히 검증된 우리사람 우리가 잘 아는 사람 뽑아서 국회로 보내자.

 안도<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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