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무시하면 자신이 무시당할 수 있다
투표를 무시하면 자신이 무시당할 수 있다
  • 권영후
  • 승인 2016.04.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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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3선거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저성장구조가 고착되고 있는 대전환기에 열린다. 4년전 이맘때 신문의 정치면을 들춰본다. 공약 평가보다는 흥미 위주의 판세분석에 집중하는 ‘경마식 여론조사’로 도배한 지면은 서로 닮았다. 등장인물만 달라졌지 가십성 기사가 넘쳐나는 것은 그대로다. 4년마다 판박이로 되풀이되는 선거의 모습은 우리 스스로 그린 정치 자화상이다.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정치, 시대정신과 같은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는 정치인들의 극장정치가 보여주는 현란한 연기에 휘둘린 결과다.

 선거의 기본은 민주주의 구현에 있다. ‘권력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행위가 선거다. 선거는 국민의 통치행위이고 국민이 권력을 재구조화하는 일이다. “국민은 선거하는 하루만 권력자이고 나머지는 권력에서 배제되고 통치대상이 된다”는 말이 있다. 선거와 민주주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표현한 경구다.

 투표장에 나가는 유권자들은 먼저 머릿속에 남아있는 선거에 관한 잔상을 되새길 것이다. 선거기간 부각된 후보자의 공약, 이미지, 구호, 벽보에 나타난 경력, 보도를 통해 얻은 정보를 종합하여 선택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선거는 지역주의, 연고, 연기력, 말싸움, 비방, 흑색선전, 꼼수, 거리에서 무릎 꿇는 읍소작전과 같은 비합리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이성적 사유보다는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승패를 좌우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하루는 기본으로 돌아가 선거의 주축인 의회, 후보자, 유권자에 대해 숙고한다면 후회없는 선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의회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기관이다. 국민이 뽑은 대표들이 국가의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또한, 예산을 비롯한 국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갈등의 관리 조정을 국민의 뜻을 받들어 수행하는 국가 통치행위의 정점에 있다. 고대 로마시대 공화정에서 유래한 의회제도는 귀족들의 과두정치를 수행하기 위한 장치였다. 귀족에게 철저하게 예속된 노예들을 지배하기 위한 귀족들의 결합체라고 볼 수 있다. 근대에 들어서 의회는 시민들이 스스로를 통치하고, 시민 개개인에게 가하는 속박을 벗어나기 위해서 인류가 발견해낸 가장 훌륭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오늘날 의회는 정파 간의 정쟁이 크게 부각되는 정치과정의 속성상 무능하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정치 무관심을 불러오고 의회무용론에 가까운 극단적인 비난을 받는 게 현실이다. 국민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유능한 의회의 모습을 현실에서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의회가 국가안보, 경제발전, 사회안전, 개인행복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 꼼꼼히 검증한다면 허무주의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선거의 주연은 후보자들이다. 일반적으로 사회 엘리트 인사들이 국민을 대표하겠다고 나선다. 폐쇄적인 양당제도하에서 다양한 인사들은 참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치적 소명의식, 책임감, 도덕성, 정책능력보다는 당에 대한 충성심과 당파적 역량이 우선되고 있다. 당을 앞세워 이미지, 프레임, 언술과 같은 포장과 선전에 주력한다면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 된다. 후보들은 이성적인 설득보다는 공약은 안 지켜도 그만이다는 뻔뻔한 자세로 표를 구걸하기도 한다. 이러한 본말이 전도된 행동들을 식별하고 경제, 불평등, 청년 일자리,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등에 관한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은 다양한 사고와 행동을 보이는 이질적 대중이다. 유권자들은 선거와 관련하여 논증과 추론 능력, 문제의식, 비판정신, 정치 감각, 시대정신에 대한 인식이 요구된다. 그러나 후보자나 정당의 인지도, 선전활동, 메시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축적된 인지구조가 투표행위를 결정한다. 공약보다는 대중의 욕망이나 안보 공포를 자극하는 전술이 먹혀들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이것은 정치권력에 접근이 쉬운 고소득층의 투표율이 높고 정치 신뢰도가 낮은 저소득층의 투표율이 낮은 양극화 현상을 낳기도 한다. 유권자의 선택은 그만한 수준의 대표자를 만들어 우리의 운명을 주도하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는 삶이며 위대한 정치 행위다. 정치를 바꿀 힘은 국민에게 있다. 선거를 무시하면 자신이 무시당할 수 있다. 선거에서 위임받은 권력을 국민 행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오늘 하루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자손의 번성을 위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꽃처럼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자.

 권영후<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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