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정치학의 조언
침팬지 정치학의 조언
  • 최정호
  • 승인 2016.04.12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약 2억 년 전에 들쥐만 한 작은 크기의 포유류 조상이 공룡이 지배하는 지구상에 출현하였다. 당시 포유류는 난폭한 포식자들을 피해 밤에 주로 활동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털이 온 몸을 뒤덮게 되었다. 중생대 말 전 지구적 멸종사건에서 살아남은 포유류는 신생대에 이르러 빠르게 진화하여 공룡의 자리를 대신하였다. 그 일부는 유인원으로 진화했고,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공통조상에서 유래한 종이 침팬지이다.

 대부분의 인간을 제외한 포유류는 잇몸과 입술이 붙어 있다. 왜냐하면, 주둥이는 공격과 방어의 주요 무기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침팬지는 잇몸과 윗입술이 떨어져 있다. 또한, 침팬지의 얼굴에는 털이 많이 사라졌다. 침팬지의 생존과 번식에 자연과의 투쟁보다 정치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정치는 배신과 연대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침팬지 세계에서 호의와 적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표정을 만들 수 있는 얼굴을 가진 자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에 침팬지의 얼굴이 점점 변화했던 것이다. 침팬지는 합종연횡을 통하여 자신만의 파벌을 만들고 권력 투쟁을 반복한다. 인간은 침팬지와 어떻게 다른가? 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왔다.

 인간세계에서의 정치는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다. 혈연, 학연, 지연, 직업 등등이 얽힌 이해관계의 복잡한 충돌이다. 그러므로 선거는 진흙탕 싸움이 될 운명을 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그 파벌의 대표선수이자 훈련된 용병이다. 인간세계는 다양한 형태의 권력과 자원이 혼재하여 선거가 모든 구성원들의 운명을 좌우하지는 않기 때문에 제한적인 국지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모두 자신의 혈통, 학연, 지연, 직업, 등에 이익이 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은 선거판이 시끄럽다고, 저급하다고, 거짓말을 하는 난장판이라고 비난한다. 영남패권주의, 호남지역주의, 친노패권주의, 부자정당, 종북좌파 등등 상대진영을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파벌이라는 도덕적 먹칠을 감행한다. 인간은 도덕이라는 장신구를 착용한 교활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선과 악은 매우 간단한 도덕적 이분법이지만 한정된 권력과 재화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정치라는 게임에서 선악의 구분은 어렵고 승패가 중요할 뿐이다.

 정치가 직업인 자들을 직업정치인이라고 한다. 정치가 생계수단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선거라는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결투하는 검투사와 같다. 다만, 이 검투사들은 선거에서 승리하면 우리들의 삶을 지배한다. 공화국에서 우리 모두는 법의 지배하에 있고, 이런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그들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직접민주주의가 아닌 대의제에서 정치인은 4년에 단 하루만 유권자에게 복종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군림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민소환제도가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대부분 동물들은 타자의 에너지를 갈취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그래서 동물의 세계는 속임수가 만연해 있다. 개미나 벌 같은 곤충에서부터 사자와 인간 같은 최상위 포식자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환경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하여 포식자가 되고 천적을 피해 생존하기 위한 위장술에 뛰어난 자의 후손들만 살아남았다.

 인간은 그 중에서 ‘말’을 통하여 남을 속이는 유일한 종이다. “인간은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는 야비한 생물이므로 군주는 위대한 거짓말쟁이와 사기꾼이 되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조언은 변형된 참주제인 대의민주주의 제도에서도 유효하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조문은 권리상 선언일 뿐, 민주주의를 발명한 아테네에서도 실현되지 못했다. 유권자는 투표하고 승자와 패자는 결정될 것이다. 내 고향 호남은 고민할 것이다. 더민주냐? 국민의 당이냐? 분열은 발생했고 야권 필패의 각본은 교정을 볼 시간이 없다. 야권의 분열은 정치인의 공급과잉이 빗어 낸 사건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호남은 패배할 것이다. 국가의 요직은 지금처럼 대구를 중심으로 한 영남 패권세력들의 차지가 되고 그들의 자금 줄인 재벌들의 번성은 계속될 것이며 국가예산은 편파적으로 집행될 것이다.

 그것이 인간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이고 호남의 비애이다. 소수가 다수를 이길 방법은 없다. 따라서 이기고 싶다면 게임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호남 지역주의는 성공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절대로 헤어질 수 없는 친구도, 절대 다가갈 수 없는 적도 없다.”는 챔팬지 정치학의 조언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 최정호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이사 <최정호성형외과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