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책가방
추억의 책가방
  • 박종완
  • 승인 2016.04.0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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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4월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이 청명, 한식, 식목일 등 집안 조상님들의 산일이나 식목행사 등으로 산과 들을 자주 찾고 있다.

 더불어 상춘객들의 울링불링한 마음까지 합쳐지면 겨우내 얼어 있던 대지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봄의 기운과 함께 우리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인 봄 산불은 강원도 고성, 양양 낙산사 산불이 대표적 사례일 것인데 각종 문화재 및 산림생태계를 파괴시켜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다.

 봄철 산불 얘기를 접하면 옛날 책가방에 대한 일들이 되살아나 입가에 작은 미소와 함께 추억에 젖어들곤 한다.

 필자의 어린 시절인 60~70년대엔 산업단지가 많이 발달하지 않아 시골엔 어떻게 하면 많은 수확을 해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함께 농번기를 준비했었다. 어릴 때 봐도 우리 부모님들께서는 열심히도 사신 것 같다. 얼마 되지 않는 논과 밭을 소중히 일구고 가꾸면서 그 많은 식솔들을 먹이고 가르치고 했으니 말이다.

 자식 낳는 것이 두려워 결혼까지 미루는 요즘 세태와는 딴 세상 같은 우리에 부모님들의 일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논과 밭은 소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약간의 경쟁심과 함께한 논, 밭둑은 항상 깨끗하게 정리정돈 된 것은 기본이고. 지난여름 우천으로 인해 무너졌던 둑(방천)보수와 추수로 미처 정리하지 못한 무성한 풀들은 처치곤란이었다. 병충해를 막고 다른 집보다 수확량을 늘리고픈 마음에 논, 밭을 정리할 일환으로 손쉽게 불을 놓아서 정리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일 게다.

 필자 동네는 초등학교에서 오리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 등하굣길엔 항상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다니곤 했었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인데 냇가 건너편에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께서 논둑을 태우시다 볏짚 더미에 불이 붙어 불을 끄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았다.

 남학생 대여섯 명이 이구동성으로 “야 우리 저기 가서 불을 꺼주자”하며 우~ 달려가 불을 끄기 시작했다.

 봄바람과 함께한 불들은 경쟁하듯 한 논둑을 끄고 뒤돌아서면 저만치 가 있고 또 끄고 보면 다른 논둑은 활활 타오르고 어린 마음에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는데 할아버지께서는 산 쪽으로 옮아붙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시며 우리가 걱정되셨는지 조심하라 하시며 불을 끄고 계셨었다. 봄 불이란 게 도깨비불이라고 했던 어른들 말씀이 실감이 났다. 냇가로 달려가 청솔가지에 물을 적셔 불을 끄다 보면 바람과 같이한 타고 남은 재들이 얼굴에 달라붙어 땀과 함께 범벅이 되었고 눈썹과 머리카락이 그을려 약간의 노린내와 함께한 그때 모습은 가관이었다.

 어린 걸음으로 청솔가지가 마르면 냇가에 달려가 물을 적셔 불을 껐는데 그땐 물 적신 청솔가지가 최적의 소화기였던 것이다. 불을 다 끄고 할아버지의 칭찬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가방을 찾는데 필자 가방만 없었다.

 주위를 살피던 중 건너편 후미진 곳에 부지지하며 책과 함께 가방이 일부는 타고 누렇게 엉겨 붙은 모습을 본 필자는 하늘이 노랗고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처음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에 다리가 후들거려 멍하니 가방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학기 초에 가방을 장만한다는 것은 부모님께서 큰맘을 먹으셔야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만큼 귀한 가방이 저 지경으로 되었으니 어린 맘에 집에 가는 것은 엄두도 못 냈었다. 친구들 등살에 겨우 집에는 도착했는데 가방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평소보다 열심히 집안일을 도우며 어머님 눈치를 보면서 말씀드릴 기회를 보느라 애쓴 기억이 새롭다.

 하여간 큰 꾸지람과 함께 무사히 마무리 짓고 학교에서 헌책을 수령해 한 학기를 마쳤던 추억의 책가방 옛 이야기이다.

 어릴 적 죽마고우들과 의협심 있게 하는 행동들이 오늘날 사회 생활하는데 더불어 같이 갈 수 있는 초석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막심한 피해를 주는 봄철 산불은 예방수칙 및 행동요령을 숙지하여 자연을 아끼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져봄이 어떨는지 전하고 싶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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