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사춘기…
  • 박승환
  • 승인 2016.04.06 1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차 성장으로 인해 자아를 형성하는 단계이다. 항상 기존 세계에 의문을 가지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인간과 달리 짐승에겐 인간과 같은 사춘기는 무의미하다. 성장과 동시, 독립하거나, 부모에게 비굴할 정도로 복종하고 살아야 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유소년시절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성장이후 오히려 독창성이 높다고 한다. ‘독창성’(Originality) 그 독창성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가? 과연 알파고 같은 AI 컴퓨터도 스스로 ‘창조’가 가능할까?

 아! 돌을 던졌나요? ‘알파고’가 게임을 포기했네요! 드디어 인간이 승리했습니다!

 모두가 환호했고 숨죽이며 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시기가 지난 뒷북이지만 알파고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요즘 갑자기 ‘알고리즘’에 대해 이야기가 많다. 간단히 말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할까? 인공지능 AI는 인간을 편하게 해준다고만 생각했다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두려움을 느낀다. 게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점차 그 두려움에 더더욱 빠져들었고, 이후엔 미래학문으로 AI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고 난리들이다. 알파고와 바둑 최고수와의 대결 전에는 컴퓨터가 인간 최고수를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세 판을 연속으로 승리하자 애초부터 대결구도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4번째에서 드디어 최고수가 승리하자, 역시 인간은 위대하다, 알파고의 알고리즘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기대했던 마지막 판에서 인간이 또다시 패하자 “로봇하고 힘자랑하는 것과 같다” “애초부터 공평하지 못하다”고 한다. 역시 인간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응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나 보다. 스스로 위안하고 정리해 버린다. 인간이 바둑을 두는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즐기고 자신에 대한 수양이다. 세상의 모든 인간, 아니 인류의 염원을 담아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는 ‘최고수’의 처절한 모습은 전 세계 인류에게 고스란히 방영되었다. 그건 바로 전쟁이었다. 그 상대가 인간이라도 그런 표정을 지었을까? 또한, 마지막 대국을 위해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최고수의 모습에 세계인들은 알파고가 가지지 못한 살아있는 심장의 울림소리를 들었다. 말할 수 없는 감동을 했고, 그것만으로도 오로지 승리만을 위한 연산방법을 터득한 알파고와는 본질적으로 비교될 수 없었다. 과연 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인간의 감성에 의한 눈물까지도 흉내 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때가 언제일까? 영화 ‘매트릭스’가 기억난다. 기계가 지배하는 미래의 가상세계에 대해 의미 있게 다룬 영화다. 매트릭스의 본질은 현실과 다른, 가상으로 만든 속임수일 뿐이다. 태어날 때부터 프로그래밍 되어 스스로 가상의 현실에 동화되어 살아간다. 일부 인간들은 매트릭스에서 벗어나 저항세력을 구축하지만, 항상 쫓길 수밖에 없다. 미래의 이야기인 듯하지만, 현실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현재도 사방도처에 매트릭스가 펼쳐져 있다. 권력이 만든 체제 안에 길들어,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어 버리는 ‘느끼지 못하는 빅-브라더’의 세상이 연상된다. 그 권력은 스스로 몸담고 생활하고 있는 ‘소속감’에서 기인한다. 국가, 직장, 소속기관 및 단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요즘 사진계에선 ‘초현실주의’가 유행이다. 100년 전부터 발상된 인문예술의 한 장르지만 시대적 변화를 넘어 반복적으로 우리 앞에 튀어나온다. 많은 아티스트들은 “르네 마그리트”를 이야기하고 영화 ‘매트릭스’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겨울비’ 등의 작품에서 보이는, 동일한 복장 및 중산모는 유명한 이야기다. 군중 안에서 묻혀 안식을 찾고자 하는 현대인의 존재감은 이미 개인의 독창성보다 동질동류의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안타까움이다. 묻고 싶다, 작고한 ‘르네 마그리트’는 과연 지금의 매트릭스를 예상했을까? 이제 우리 스스로 안정적 현실에 ‘저항하는 사춘기’가 필요하다.

 박승환<전주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사)현대사진미디어 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