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세상살이] <9>아이들아 미안하다
[정성수의 세상살이] <9>아이들아 미안하다
  • 정성수
  • 승인 2016.04.0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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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서기는 질서의 기본이자 순리다. 이는 도리에 순종하는 것으로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길이다. 수돗가에서 물을 마실 때도, 화장실을 사용할 때도, 기차표나 극장표를 살 때도, 에스컬레이터나 비행기를 탈 때도 줄서기를 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입학 추첨에도, 공부를 하고 성적평가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청약이나 입주에도 줄을 서야 하고 유명인들의 팬싸인회에서도 줄을 잘 서야 싸인 하나라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줄서기는 생활 곳곳에서 필요하며 요구하고 있다. 줄서기는 성공과 실패를 들어올리기도 하고 떨어뜨리기도 하는 기중기와 같다.

  요즘 정치판은 헤쳐모여에 줄서기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세치기도 불사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다. 삶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도 줄서기에 달려 있다. 정치판에서는 아무 짓을 해도 무사통과다. 심지어 심판을 해야 할 국민들도 패가 갈리어 자기편들기에 정신이 없다. 이판에서는 체면이나 눈치는 고사하고 오직 이기는 것만이 최선이고 최후다. 정체성은 언감생신이다. 공천을 받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다. 정치판에서는 내편, 네 편으로 나누어 서로 공격한다. 논쟁을 위한 논쟁을 하고 유 ? 불리에 따라 고개를 돌린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눈치로 줄을 서고 섰던 줄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도 한다. 철학과 소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뿐만 아니라 포퓰리즘과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오늘날 우리 정치판이다.

  정치판에서 줄서기를 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힘을 알아야 한다. 민주 국가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앞에 줄을 서야하는 것이다. 국민 스스로도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한 표 한 표가 모여 다수가 되고 그것이 권력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질 때 정치판이 변할 수 있다. 권력은 총칼 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줄을 잘 서봤자 민심을 얻지 못하면 바람 앞의 촛불에 불과할 뿐이다. 요즘 하루가 다르게 선거판이 혼선과 혼탁으로 얼룩져 간다.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만 중요시하는 난리도 저런 난리가 없다. 한 치의 양보는 물론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흑색선전과 음해 등 극단적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국익이 우선인지 아니면 사욕이 우선인지 헷갈릴 뿐이다. 누가 국회의원 되고 누가 지자체장이 되든지 과정이 투명할 때 정치판 이전투구는 비로소 면죄부를 받을 것이다. 이것은 이익 중심의 패거리 논리가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려 정당한 응징을 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후보가 낙점 받고 우대받는 정치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줄만 잘 서면 아무나 당선되는 잘못된 관행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정치를 요 모양 요 꼴로 만든 것을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탐욕과 이기에 찌든 어른들이라고 하는 집단은 당파싸움씩 정치놀이에 정신 줄을 놓았다. 아이들아 미안하다. 줄을 잘서야 출세를 하고 출세를 해야 사람 대접받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어른이 돼서 미안하다.'

정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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