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풍속
한식의 풍속
  • 고재흠
  • 승인 2016.04.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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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寒食)은 찬 음식을 먹는 날이다. 24절기 중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가 되는 날로, 양력으로는 4월 5일~ 6일이 된다. 예로부터 한식은 설날·단오·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로 꼽힌다. 한식 어원에 대해서는 자의(字意)대로 풀이하면 “찬밥을 먹는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한식에는 여러 가지 유래가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인물로, 진나라 문공(文公)이 19년 동안 망명생활을 할 때 일이다. 진나라의 은사(隱士) 개자추(介子推)라는 충신이 있었는데, 자기의 살을 잘라 문공에게 충성을 했다고 한다. 그 뒤 문공이 중국 춘추시대를 호령하던 진나라의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문공은 왕위에 오른 뒤 개자추의 헌신을 모른척했다. 개자추는 별다른 반응 없이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면산(綿山)으로 들어가 은거(隱居)했다. 이후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문공이 불렀으나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 문공은 개자추가 산에서 나오도록 하기 위하여 산에 불을 질렀으나, 그는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불에 타 죽고 말았다. 이러한 개자추의 절개와 의리를 감탄하며, 넋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된 명절이 한식이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산소에 올라가서 제사를 올리는 풍속은 설날, 한식, 단오, 추석, 네 명절이다. 술, 과일, 떡 등의 음식으로 제사를 드리는데 이것을 명절 하례 혹은 절사(節祀)라고 한다. 선대부터 내려오는 풍속을 쫓는 가풍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지만, 특히 한식과 추석이 더 성행한다. 까닭에 사방 교외에는 제사 행렬이 사대부 여인들까지 줄을 섰다고 한다.

사향의(祀享儀)에도 산소에서 제사에 관한 기록된 문헌은 없다. 그런데 공자가 묘를 바라보며 때에 따라서 제사 지내는 것을 채택했으므로 이른바 묘제는 여기서부터 유래된 것이다. 이러한 것으로 보아 한식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것이 신라 시대에 우리나라로 전래하여 우리의 풍속에 맞게 사대 명절에 속하게 되었다.

 한식날은 24절기 청명(淸明)일과 식목일이 비슷한 날에 겹쳐 있으며, 우주 태양의 황경(黃經)이 300°로서 나무 심기와 묘소 관리하기에 아주 적합한 시기다. 이 무렵이면 기온이 10℃ 넘어 한층 물오른 봄기운은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이때는 많은 사람이 산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사초(莎草)를 하는 등 묘를 돌보는 날이다. 사초는 무덤에 떼를 입혀 잘 다듬는 것이며, 벌초(伐草)는 한식이나 추석 때 무덤의 풀을 베어내는 것을 말한다. “금화벌초(禁火伐草)란 말도 있다.” 불을 금하고 풀을 베어 무덤을 잘 보살핀다는 뜻이다. 줄여서 금초(禁草) 라고도 한다.

 한식은 계절상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로, 이와 관련된 다양한 풍습이 있다. 볍씨를 물에 담가 씨 뿌릴 준비를 하고, 소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한식날, 날씨를 보고 그해의 길흉을 점치기도 했다. 날씨가 좋으면 한 해가 순탄하여 풍년이 들고 어촌에서는 고기가 많이 잡히며, 큰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면 그 반대라고 믿었다.

한식날 봄꽃 향기를 맡으며 선영에 제사하고 사초를 하며, 가족이 더욱 화목해지고, 미풍양식이 이어져 아름다운 사회로 대한민국이 동방예의지국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고재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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