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흠 (주)아이엠아이 부사장 “새로운 생태계 조성하고 리더가 되십시요”
김상흠 (주)아이엠아이 부사장 “새로운 생태계 조성하고 리더가 되십시요”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6.03.3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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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저녁 7시 전북도민일보 6층 대강당에서 열린 '비전창조 아카데미'에서 (주)아이엠아이 김상흠 부시장이 '플랫폼 산업의 진화과정'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신상기 기자

 21세기는 ‘플랫폼(Platform) 비즈니스’ 시대다. 기차역이나 장터처럼 사람이 운집하는 곳이 플랫폼이라면, 사람을 많이 모이게 하는 사업이 바로 ‘플랫폼 비즈니스’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여 거래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주고 그것을 통해 수익이나 가치를 창조하는 신(新) 사업 모델이랄까. 구글이나 애플 등 세계 초일류 기업부터 네이버나 현대차 국내 배달 서비스업체까지 모두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국콜마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화장품 완제품을 만들어 팔지 않습니다. 다만 화장품 재료나 반제품을 만듭니다. 품질만 좋다면 얼마든지 화장품 제조사에 공급하고, 자사 시장을 확대할 수 있거든요. 이 회사, 올해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콜마의 플랫폼은 화장품 원료, 주문자 생산방식입니다.”

 전주에 본사를 둔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절대강자 (주)아이엠아이 김상흠 부사장(48)이 지난달 31일 오후 7시 전북도민일보 비전창조 아카데미에 참석, ‘플랫폼 비즈니스의 진화’라는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대우 경영전략실과 독일 명품 에스카다코리아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거쳐 지난 2007년 (주)아이엠아이에 합류한 김 부사장은 이날 플랫폼 사고(思考)와 오프라인 플랫폼, 플랫폼 비즈니스 측면에서 바라본 메가 트렌드 등에 대해 명료하게 설명해 참석 원우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는 “플랫폼에서는 일정한 양식을 매개로 참여자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한다”며 “스마트폰 운용체계에서부터 SNS, 온라인 오픈마켓, 전 세계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글로벌 기업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은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일본의 유명업체는 1인용 이동수단과 초소형 자가용 비행기,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개발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플랫폼 자산은 다름 아닌 모터 엔진”이라며 “플랫폼 사업은 자신의 회사 자산이 무엇인지 잘 규정하고, 이 자산을 어떻게 활용해서 새로운 시장 영역을 넓혀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예를 들겠습니다. N사는 핸드폰 운영체계(OS)보다는 제조에만 신경 쓰다 쇠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반면에 미국의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OS를 만들어 휴대폰 공급업자에게 공짜로 나눠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김 부사장은 “구글은 핸드폰 제조업체 N사의 쇠퇴를 학습했고, 애플은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에 중점을 두고 제조를 하지 않았다”며 “구글은 스마트폰의 생태계를 OS로 조성하고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시장의 리더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플랫폼 사업의 본질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에서 범위의 경제를 외부에서 실현하는 게 플랫폼 사업이고,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자연스럽게 규모의 독점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사업은 어떤 기술이나 서비스의 사용자가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을 꺼리고 사용자를 가두는, 이른바 록인(Lock-In) 현상이나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외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영국의 경제 전문지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2006년 한국의 주요 리더 300명’에 선정할 정도로 글로벌 혁신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40대 후반의 중후한 멋을 느낄 수 있는 그가 도전을 즐긴다는 사실은 주변에 잘 알려져 있다. 아이엠아이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은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는 사람임을 강조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2002년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작은 아파트 방에서 시작한 아이엠아이는 한때 법인세 전북 순위 2위에 랭크될 정도로 무섭게 질주했고, 지금은 국내 디지털 오픈마켓 1위의 기염을 토하고 있다. 김 부사장의 역할이 컸던 것은 불문가지.

 김 부사장은 “컨버전스(Convergence),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길거리를 가다 보면 빵집인지 커피숍인지 헷갈릴 때가 많은 융합형 가게를 볼 수 있는데, 이게 플랫폼 사업 측면에서 본 거대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컨버전스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융합되거나 합쳐진다는 뜻이다. 컨버전스는 산업간·국가 간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서 기업들의 블루오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은행과 보험을 연결한 방카슈랑스가 오프라인 시장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기업 ‘샵킥(Shopkick)’의 스마트폰 쇼핑 애플리케이션을 보세요. 온라인 기반의 쇼핑 앱이지만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됩니다. 이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으면 샵킥과 제휴 맺은 상점에 들어가는 순간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을 연결한, 이른바 오투오(O2O) 사업의 사례이지요.”

 김 부사장은 “이 경우 인기 상품이 무엇인지, 각종 할인 정보도 알려준다”며 “이렇게 모은 포인트는 매장에서 기프트 카드, 공짜 커피, 영화 티켓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인트를 받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상점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매장은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샵킥은 이들 제휴업체로부터 서비스 이용료를 받아, 누이(앱) 좋고 매부(가맹상점)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또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구축한 ‘배달의 민족’과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고객의 위치 정보와 연락처를 택시기사에게 전달하는 거래 서비스를 사례를 들며 거대한 흐름, 메가 트렌드를 설명했다.

 “이제 플랫폼 리더십 전쟁이 시작됩니다. 생태계를 조성하고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가진 플랫폼 자산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김 부사장은 향후 트렌드와 관련, “사물인터넷(IoT) 생태계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할 것이며, 구글의 스마트 TV전략에서 볼 수 있듯 모바일, 연결의 정점을 주력으로 안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약 90분 정도 진행된 김 부사장의 강의는 광속으로 달리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진화’가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는지, 왜 지방 기업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플랫폼 자산을 검토하고 올바른 생태계를 조성·선도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의 과제를 안겨 주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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