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2. 생기 있게 -바람이 불면 바람을 타고
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2. 생기 있게 -바람이 불면 바람을 타고
  • 김재춘 기자
  • 승인 2016.03.3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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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옥

 

  흔히 젊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원한다. 나는 외양이 젊어 보이게 사는 것보다 생기 있게 살고자 한다. 생기. 그야말로 정신과 육체가 생생하다는 것이다.

  인생에 파란波瀾 없으면 생기도 없다. 파란은 세상을 제대로 보게 하고, 살아갈 길을 고심하게 한다. 두려움을 버리고 용기를 내게 한다. 허상의 꿈을 버리고 열심히 살아내고자 생기를 띤다.

  인생의 난관을 개척한 사람들은 많다. 링컨은 책 한 권 사 보기 어렵게 가난했어도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가진 것 많아서 편히 먹고 노는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여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발명으로 번 돈으로 희희낙락 놀기만 한 에디슨이었다면 '인간이 만든 빛'과 '소리를 가두는 기계'를 발명했을까. 오스트레일리아는 범죄자들이 개척한 낙원이다. 시베리아로 가는 길은 죄수들이 열고, 시베리아 감옥은 위대한 고골리, 이반 부닌, 솔제니친의 문학 산실이 되었다. 현재 최대강국 미국은 유럽의 아웃사이더나 실패자, 도망자들이 개척한 땅이다. 등 따습고 배부른 자가 편하기는 할지라도 인생을 생기 있게 살기는 심히 어렵다.

 

  재산이 넉넉하고 생활이 안정되면 일상도 굴곡 없이 그럭저럭 산다. 살찐 몸은 움직이기 싫어하고 편안함을 얻은 정신은 새로운 공부를 생각하지 않는다. 생기를 잃는 지름길이다. 구태의연舊態依然한 사고는 유행이 지나거나 낡아빠진 옷과 다름없다. 정신도 영혼도 헌 것을 버리고 호기심과 담대함으로 도전해야 한다. 생기 있게 사는 방법이다.

  나는 인생무대에서 내 역할이 시시하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단지 내 역할이 스쳐 지나가는 단역임을 알지라도, 그 역할에 열중해서 신나고 멋지게 연기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인생이란 워낙 공평하지 않은 법이다. 그러나 재산도 권력도 학력도 무대의 소품인 걸 아는데, 소품 없다고 연기를 못하랴. 나는 인간이건 재산이건 비굴하게 야비하게 지니느니, 미련 없이 버렸다. 자신을 열두 번도 더 실험하며 도전했다. 파란 고난이 생기 있게 사는 비법이었다.

 

  어떤 이는 돈을 좇는 개 같다. 돈을 좀 물고 있다기로서니 개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렷다. 어떤 이는 명예를 쥐려고 안달복달한다. 인생을 지혜롭게 관조할 새 없이 나분대니 몸이 중병에 걸리는데 비싼 옷 걸치려 애쓰는 꼴이다.

  어떤 이는 행복을 담으려고 광주리를 이고 뛴다. 이미 빛과 세상이란 행복을 주었건만 없는 열매 찾느라 시지포스처럼 살고 있다. 지천명을 넘은 나이에도 깨닫지 못하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높이 올라가지 않으면 떨어질 염려가 없다.

 

  저승으로 가지고 갈 거 없으니 있는 것만으로도 넘침을 알고 있다. 바닥에서 안정되게 살고 있으니 굴러 떨어질 일도 없고 넘어져도 추락할 일이 없다. 허덕허덕 가지려고 애쓴 젊은 날보다 지금에, 가진 것이 너무 많다. 비울 것, 버릴 것이 태산만큼 많다. 생활이 살찌다 보니 생기를 잃어버릴까 우려한다.

  배가 고프면 간절히 먹고 싶어진다. 참 외로우면 사람냄새가 그리워진다. 아픔이 오면 아픔을 이기려고 기를 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타고 비가 내리면 비를 맞으리라. 햇빛 찬란하면 찬란하게 노래하리라. 살아있는 한 생기 있게 살리라.

 

 <약력> <시문학> 등단.

 제1회 아름다운 문학상 수상

 11회구름카페문학상 수상

 수필집 <길 없는 길을 간다> 시집 <이렇게 살아도, 즐거운 여자>와 1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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